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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이렇게 넘는다] 주부 한명자씨

『그동안 참 낭비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위에 줄일 수 있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갈산동의 주부 한명자(41)씨. 기계제작 관련 중소기업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은 IMF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월급이 40%나 깎였다. 3,500만원 가까이 되던 연봉이 이제는 2,000만원이 채 안된다. 韓씨 역시 전업주부으로 다른 수입원이 없는 까닭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남편의 월급 명세서를 보며 처음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지난해초 지은 집의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내려달라고 요구해 은행에 넣어두었던 저축 1,500만원도 다 까먹었다. 하지만 줄어든 수입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단 눈에 띄는 지출부터 하나씩 줄여나가기로 했다. 우선 외식비를 줄였다. IMF이전만 해도 거의 매주 가졌던 외식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제했다. 불가피한 외식이더라도 싼 집을 찾았다. 다음이 피복비. 한씨와 그녀의 남편은 올들어 옷은 물론 양말 한 켤레조차 산 적이 없다. 『의외로 집에 쌓아놓고 입지 않는 새옷이 많더라구요. 그동안 쓸데없이 옷을 많이 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계획적으로 하던 장보기 등도 규모를 줄였다. 주말에 한꺼번에 물건을 사기 보다는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방법을 택했다. 한꺼번에 물건을 사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사들이게 돼 낭비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 가까워 굳이 대형할인점에 가지 않고도 적은 돈으로 장보기를 할 수 있어요. 한번 장보는데 3,000원이 넘지않도록 했지요』 전기료도 예전의 절반 정도로 줄였다. 낮에는 웬만해서는 불을 켜지 않고 밤에도 필요없는 등은 꺼놓았다. 전기를 많이 먹는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을 사용하는 지혜도 터득했다. 이렇게 해서 어느새 생활비가 IMF 이전의 1/3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살림을 꾸리기가 벅차긴 마찬가지. 아이들의 과외비 때문이다. 아이들 기 죽이기도 싫었고, 교육투자만큼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꿀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요즘 아파트촌 사람들처럼 품앗이 과외를 하기도 어려웠다. 아이들을 가르칠 자신도 없거니와 마음맞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딸아이에게 과외를 가르치고 있던 이웃이 조심스럽게 제의를 해왔다. 자기 집안 일을 좀 도와주면 과외비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韓씨는 망설였다. 표현이 달라서 그렇지 「파출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처음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애들이 상심할 것도 걱정됐죠』 하지만 별로 고된 일도 아니고 결코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더욱이 아이들 교육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웃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이웃이 고맙게 느껴질 뿐이다. 韓씨는 아직 아이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거라고 생각한다. 韓씨는 『아이들도 이제는 조금씩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는 것 같다』며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가족들 모두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모습이어서 IMF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다. 그녀는 『다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예전처럼 낭비하고 살수는 없을 것 같다』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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