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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동네마다 불법광고물 몸살 어떻게…

철거작업만으론 역부족… 합법 게시판 확대 등 대안 마련 필요<br>영세업자 수요 많아 방지판·과태료도 한계 행정력·예산 낭비 지적<br>자자체 홈피공간 활용 등 광고채널 다양화 하고 수거보상제 확대 시행을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골목길 전봇대에 불법광고물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지자체들은 광고물 부착을 막기 위해 방지판을 설치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임진혁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신희철(25)씨는 동네를 걸을 때마다 불쾌하다. 전봇대ㆍ가로등ㆍ가로수ㆍ벽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덕지덕지 붙어있는 각종 벽보와 바닥을 가득 메운 전단지 때문이다. 고시촌의 대명사로 불리는 신림동 곳곳에는 원룸ㆍ고시원ㆍ독서실ㆍ학원 등에서 만든 광고물이 지저분하게 흩어져있다. 광고물을 떼어낸 뒤에도 테이프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거리를 흉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씨는 "미관상 너무 보기 좋지 않다"며 "광고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정해진 곳에만 선전물을 붙일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길을 걷다 보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벽보ㆍ전단 등 광고물들은 너무 익숙해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문제'라는 의식 조차 희미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광고물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각 구청, 동사무소 직원들은 매일 같이 광고물들을 떼어내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붙이려는 자와 떼려는 자 사이의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지역 광고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들은 광고물 철거를 위해 직원과 공공근로자, 공익근무자들을 활용한다. 하루만 철거작업을 나가지 않아도 금세 전봇대나 신호등이 광고물로 가득 차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자체 인력 5명, 공공근로 8명이 날씨가 좋을 때는 매일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철거만으로 광고물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광고물이 붙는 곳은 광범위하고 붙이려는 사람은 쉼 없이 나오기 때문에 행정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불법광고물에 대해 과태료 부과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불법광고물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으며 자치구들은 각각 규정에 따라 불법 전단이나 벽보에 대해 장당 5,000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 동작구의 경우 규격과 관계없이 1~10장은 장당 1만7,000원, 11~20장은 2만5,000원, 21장 이상은 4만2,000원씩 부과한다. 동작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7,64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노원구와 강남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난해 각각 1억7,400만원, 8,073만원의 적지 않은 과태료를 거둬들였다.

문제는 과태료를 부과해도 불법광고물이 좀처럼 줄지 않는데다 대학생들의 과외 아르바이트 벽보나 소규모 영세 사업장 광고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선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과태료 처분을 하기 곤란하다"며 "우선 철거에 집중하되 기업형으로 과도하게 광고물을 부착할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불법 광고물 퇴치를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오돌토돌한 돌기가 있는 광고물 부착 방지판이 거의 모든 가로등ㆍ전봇대 등에 설치됐지만 이 역시 제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방지판 제작 비용은 1㎡당 4만~6만원 정도로 전봇대 하나 당 9만원 정도가 든다. 서울 각 자치구는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방지판 설치ㆍ보수를 한다. 방지판이 있으면 불법 광고물을 뜯어내기 쉽고 풀로 붙이는 벽보는 아예 부착이 어렵기 때문에 광고물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다수 지자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테이프나 줄을 이용한 광고물들은 방지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위에 떡 하니 붙어있으며 방지판 위에 가득히 붙어있는 청 테이프의 흔적은 오히려 더 흉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인천 부평구나 서울 은평구 등은 방지판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올해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자치구마다 30~50개씩 있는 홍보물 게시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사는 한 시민은 "서대문구에 홍보물 게시판이 30개 가량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공서 앞 같은 특정지점에만 있어서 광고효과가 크지 않다"며 "합법적인 게시판을 버스 정류장 부근과 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추가로 설치해 불법 광고물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잇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법광고물이 여전히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워낙 광고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작정 광고물을 없애는 데만 행정력과 예산을 쏟기 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저렴하고 효과적인 광고 채널을 다양화 시키는 방법도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고 자영업자는 늘고, 분양은 안되니 어떻게든 더 홍보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각 지자체가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지자체 홈페이지에 소규모 간이 광고대를 늘려 불법광고물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노인들을 활용해 수거해 오는 광고물에 대가를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를 늘리고 지역별 온라인 광고 수단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40대 시민은 "한쪽에서는 광고물을 붙이고 반대쪽에서는 떼는 일을 언제까지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대안을 찾고 시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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