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부터 대학교마다 최고위 과정이 성업 중이다. 한 대학교 안에서도 전공별로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보통 1학기 또는 2학기 과정이다. 학위가 없는 단기 과정이기에 학력제한도 없다. 학생들은 대개가 크게, 작게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정치인·고위관료·연예인들을 끼워 넣는다. 이들은 일종의 미끼로서 학비가 면제되곤 한다. 학비는 보통 500만원이 넘고 1,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처음에는 경영대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인문학 과정이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다양해져 와인·사진 등 취미별 최고위 과정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고위 과정의 입학목적은 표면적으로는 전문 분야별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라 하겠으나 실은 사람 사귀기, 즉 네트워크 쌓기가 더 중요한 목적이다.
최고위 과정의 수업은 보통 1교시(식사)·2교시(수업)로 이뤄지나 3교시(뒤풀이)가 더욱 중요하다. 1·2교시는 빠져도 3교시는 꼭 참석하는 학생도 많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나 친교를 쌓으니 학기를 마치면 십년지기 이상으로 관계가 돈독해진다. 이런 면에서 최고위 과정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끼리 스크럼 짜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최고위 과정별로 회장단이 있고 이들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기금으로 내놓는다. 또 기수별 회원들이 모여 전체 동문회를 만들고 이는 그럴듯한 이익집단으로 발전한다. MB 정부 때 K대 경영대 최고위 과정의 총동문회장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회장 선출과정이 몹시 치열하고 시끄럽다.
최고위 과정마다 취미모임이 별도로 있는데 그중 필수적인 게 골프모임이다. 필자도 최고위 과정을 여럿 거쳤는데 어디서나 골프모임이 제일 활발하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마치 모두가 골프에 걸신들린 것처럼 골프에 몰두한다.
최고위 과정에 대해 정말 아쉬운 것이 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면서, 놀면서 상부상조를 꾀하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어느 최고위 과정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나 기부를 하는 모임을 만들거나 활동을 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급속 성장한 우리나라가 졸부국가니 천민자본주의니 하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다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어느 최고위 과정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 모두가 사는 맛을 새로 알게 됐다는 미담을 듣고 싶다. 그리고 차제에 봉사 최고위 과정, 기부 최고위 과정도 신설돼 우리 사회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선도하는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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