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청약을 받은 '위례신도시 신안인스빌 아스트로'. 평균 19.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위례신도시 흥행 불패를 이어갔지만 주택형별로는 확연한 인기 차이를 보였다. 96㎡A타입은 22.3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96㎡B타입은 당해지역에서 37가구가 미달되고 평균 경쟁률 4.52대 1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표를 받은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V자' 모양의 동 배치로 96㎡B타입이 타워형 구조를 갖게 되면서 복도가 늘어나고 맞통풍이 어려워지는 등의 단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부산에서 분양한 '부산 센텀계룡리슈빌' 역시 평균 2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주택형별 선호도는 크게 갈렸다. 판상형 구조인 84㎡A타입은 41.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타워형인 84㎡B타입은 15.26대 1로 평균 이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때 신개념 평면과 화려한 외관으로 인기를 끌었던 타워형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반면 '외형'보다 '실속'을 강조한 판상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다시 입지를 굳히는 상황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외관은 단순하지만 살기 편한 판상형 아파트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타워형은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지만 일조권이 판상형에 비해 떨어지고 통풍 및 환기 문제가 있어 점차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타워형 아파트는 한때 짓기만 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었다. 부동산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타워형 구조가 많이 도입되면서 주가를 높였던 것. 특히 판상형 아파트가 '성냥갑'으로 불리며 투박한 외형을 지적받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외관에 더욱 신경을 쓰며 차별화를 기했다는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아파트 겉모습을 화려하게 지으며 명품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시도가 상당히 많았다"며 "타워형의 경우 판상형보다 용적률 확보에도 유리해 업체 입장에서는 타워형을 선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기본에 충실한 판상형 아파트의 장점이 수요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판상형 아파트는 한 동의 아파트가 한 곳을 바라보며 일자형으로 배치된 형식으로 남향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대부분 남쪽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햇볕이 잘 드는 장점이 있다. 주택의 앞뒤가 뚫려 있어 맞통풍이 잘 되고 직사각형 구조로 죽은 공간이 없어 실사용면적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타워형은 한개 층에 3~4가구를 둥글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형''ㅁ형''Y형' 등의 구조로 이뤄진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외관을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불규칙한 공간으로 인해 통풍과 채광이 좋지 않은 편이다. 또 건축비가 비싸고 정남향 배치가 어려우며 북향 가구가 나올 수도 있다. 한 층에서 여러 가구가 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해 사생활 보호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건설사들도 다시 판상형 아파트 공급에 주력하면서 최근 분양물량 가운데 판상형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세종시에서 분양한 '세종 반도유보라'의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임에도 580가구를 모두 판상형으로 공급했으며 현대건설의 '평택 송담힐스테이트'는 전체 952가구 중 70% 가량을 판상형으로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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