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품질을 간과하면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최고경영자(CEO)가 볼 수 없는 현장의 작은 문제까지도 현장 근로자들은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주축이 된 품질분임조 활동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산업의 뿌리를 단단하게 해줍니다."
백수현(사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7일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국가 산업의 뿌리를 단단하게 하는 품질분임조의 활동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 회장은 "품질은 어떤 기업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며, 특히 속도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 사회가 이제는 품질을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중심에 놓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야말로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라는 게 백 회장의 믿음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9,235개 사업장에서 55만여명이 분임조 활동을 통해 연간 10만여건의 과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2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또 "품질분임조가 바로 한국 경제가 여기까지 오게 한 숨은 주역이자 우리 산업을 단단하게 만드는 뿌리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품질분임조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뒤따르면 더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생협력 금상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돌풍'
7전8기… 노사 손잡고 현장 혁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최근 영화 '명량'에 힘입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품질분임조 '돌풍'의 7전8기 도전기와 함께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1년 공장대회 동상, 2012년 공장대회 은상에 그치며 사외대회에 참가하고자 했던 꿈이 좌절될 뻔했던 돌풍팀은 '혁신의 바람으로 돌풍을 일으키자'는 7전8기 정신으로 재도전한 끝에 지난해 공장대회 금상 수상으로 사외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이어 올해 경북품질분임조경진대회 상생협력부문 최우수상과 전국대회 상생협력부문 금상을 받게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지난 2006년까지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은 구미공단과 화섬업계의 대표적인 강성노조 사업장으로 수십년간 크고 작은 노사분규로 인해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뒷전에 밀리곤 했고, 회사 경영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고자 전사적으로 노사상생의 가치를 내걸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현안문제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2009년부터는 노사상생을 넘어 노·사·협력사 상생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획기적인 원가 혁신의 결실을 거두기 시작해 이번에 '돌풍'이 상생협력 부문에서 금상도 거머쥐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스피퍼'
협력사 어깨동무, 부적합품률 뚝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의 '스피퍼' 분임조와 협력사 '엔지온'의 엔지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낸드플래시 웨이퍼 칩 내부에 있는 패드의 부적합품률을 낮추기 위해 상생협력 TF팀을 구성한 것.
웨이퍼 칩의 전기신호를 송수신하는 패드는 워낙 부적합품률이 높아 기술협력을 통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공정이다. 양사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고질적인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공정에서의 상생 협력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와 엔지온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낸드플래시 웨이퍼 테스트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적합품에 대한 원인 분석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SK하이닉스는 수많은 준비 작업을 거쳐 웨이퍼 검사·분석 설비를 엔지온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실제 설비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고 현장에서의 설비 가동 효율도 기대치보다 낮게 나왔다.
이에따라 TFT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지난해 2월 첫 회합을 시작으로 약 6개월간의 개선 활동을 펼친 스피퍼 분임조는 정확한 지표를 토대로 부적합품률을 31.3%까지 낮췄다. 분임조 측면에서의 유형효과 약 9억9,000여만원, 협력사 측면에서 17억1,000여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얻었다.
엔지온은 창사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대표이사 표창을 포함해 국내외 연수 기회를 배정받는 등 상생협력 노고를 인정받았다.
●한일이화 '투싼'
車도어트림 조립공정 개선 '성과'
한일이화는 IQF-50(Fast Innovation, High Quality and Bright Future) 경영혁신 활동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저들의 인테리어 부품 분야 선두주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부터 40여개 주요 협력업체와 손잡고 싱글PPM 품질혁신 활동을 도입해 개선 프로젝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품질분임조 대회에선 생산현장 직원들과 협력사 품질개선 직원으로 구성된 상생협력팀이 '투싼 프론트 도어트림 조립공정 개선으로 부적합품률 감소'라는 주제로 고질적인 품질문제 개선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 금상을 수상했다.
협력사와 머리를 맞대 조립공정 품질향상 및 고객사 품질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한일이화 6,800만원, 협력사 1,900만원 등 총 8,700만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 쉽지 않은 상당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일이화 관계자는 "지난 42년간 축적된 통합경영혁신 DNA를 바탕으로 협력업체와 상생협력하는 뜨거운 열정과 도전정신이 뜻깊은 결실을 맺게 했다"며 "이번 금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품질혁신에 매진해 인간과 자연, 기술이 조화된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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