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주가가 회복하려면 실적이 개선돼야 하지만 3·4분기에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형주 주가 회복은 특정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이 유망한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영석(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4일 기자와 만나 앞으로의 대형주 투자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본부장은 "과거처럼 대형 성장주의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 선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가 성장해 실적이 늘어날 수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 선별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대형주에 대한 선별적 투자전략은 현재 기존 대형성장주 펀드 운용에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운용의 대표 대형성장주 펀드 '한국투자네비게이터'의 수익률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11월4일 기준)은 대형주의 전반적 부진으로 -1.32%로 떨어졌지만 최근 6개월 성과는 3.36%로 개선됐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순환출자형으로 엮여 있던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배당성향을 높이고 이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는 기업 중에서 저평가돼 있고 이익 증가가 가능한 기업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내수주의 인기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본부장은 "정부의 내수활성화 수혜주, 한류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내수기업들이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최근 정보기술(IT) 종목들이 부진하지만 전통적인 IT 산업 내에서도 기회를 찾거나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액정표시장치(LCD) 업종이나 모바일 플랫폼 사업체는 앞으로도 꾸준히 펀드 자산에 편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올 하반기 들어 한국운용의 간판인 대형성장주에서 벗어나 가치주·배당주로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가치투자의 대표적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에 시중 자금이 몰려드는 현상에서 나타나듯 가치주와 배당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시장이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대형 운용사들의 대응은 다소 늦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성장주 펀드의 대표였던 한국운용이 앞으로는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투자롱텀밸류' '한국투자배당리더' '한국투자셀렉트배당' 펀드를 배당주·가치주 투자를 이끌 삼총사로 꼽았다. 롱텀밸류는 가치주를 주로 편입하는 펀드이고 배당리더는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셀렉트배당은 가치주 펀드에 배당주 펀드의 성격을 더한 '하이브리드 펀드'다.
한국운용은 가치주·배당주 상품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외부인력을 적극적으로 보강했다. 새로운 투자전략을 도입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롱텀밸류펀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출신인 엄덕기 팀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경력을 쌓고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엄 팀장이 가치주 펀드 운용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주식운용3팀장으로 영입했다. 이 펀드의 연초 후 10월28일 기준 수익률은 C클래스 기준 10.92%에 달한다.
이 본부장은 "올해 초 한가람투자자문 출신 민상균 차장을 영입해 지난 9월에 출시한 배당리더펀드 운용을 맡겼다"며 "배당이 핵심 투자가치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해 새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 때마침 정부가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아 긍정적인 투자환경까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