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부채 감축의 실적을 요구하자 채용을 축소해 각종 비용을 줄이는 공기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올해 경영평가를 제대로 못 받으면 기관장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신규 채용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책 금융회사들은 이미 올해 신규 채용 축소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개혁이 엉뚱한 청년고용에 불똥을 튀기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2014년도 공공기관 채용계획'을 내놓으면서 올해 공공기관의 채용이 총 1만6,700명으로 전년(1만5,372명)보다 약 8.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공공기관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씀씀이를 줄여 채용여력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 신규 채용에 대한 공공기관의 인식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채용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10월 말만 해도 공공기관 개혁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었으나 지난해 말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올 초에는 강력한 자구대책까지 주문하면서 비용 줄이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기관들은 올해 최종 채용계획을 오는 3월 중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인데 여기서 채용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신규 채용을 줄이기로 확정한 일부 기관의 경우 감축폭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올해 잠정 채용계획안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신규 채용을 333명이나 줄이기로 했고 충남대병원(128명), 한국농어촌공사(100명), 한국전력공사(84명), 한국서부발전(41명), 한국수자원공사(33명), 한국가스공사(23명) 등도 채용감소 행렬에 가세했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경영평가 항목에는 전체 정원의 3%를 의무적으로 청년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전체 채용규모에 대해서는 따로 평가항목을 두지 않아 이 범위 안에서 최대한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셈법'에 허수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만5,372명을 고용한 공공기관이 올해 1만6,700명을 고용해 약 1,300명 더 채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정부가 공공기관에 할당한 시간선택제 일자리(1,027명)가 늘어난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빼면 채용규모 자체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부분은 경력단절 여성 등 소외계층에 돌아갈 가능성이 커 청년층 일자리 확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는 와중에 정규직인 신규 채용이 줄어들게 된다면 나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를 밀어내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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