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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0.00001%… '경제 새싹'을 키우는 사람들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아시나요




업무는
벤처·스타트업 중 숨은 진주 발굴 투자
제2, 제3의 '카톡 신화' 위해 고군분투

투자분야는
경쟁력 떨어지는 제조업 갈수록 줄고
ICT서비스·영화·애니·바이오로 확산

수입·출신은
임원·파트너 자리로 가면 억대 연봉
이공계 전공·창업 경험자도 증가세

애로점은
LP들 출자 규모 적고 단기성과 원해
자신만의 투자철학 갖고 운용 힘들어


지난 2011년 벤처캐피털(VC) 업체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카카오톡(현 다음카카오)' 투자 여부를 놓고 전 직원 투표를 실시했다. 이 회사의 김동엽 상무와 박영호 심사역(벤처캐피털리스트)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메신저가 문자 메시지를 대체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용자 100만명당 100억원의 가치를 갖는다'는 논리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카카오톡은 외국의 VC에서만 자금을 유치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범수 의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골프장으로 찾아갔고 결국 국내 VC로는 유일하게 투자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해와 올 들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이 투자 건으로 85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고 투자 수익률은 무려 1,600%에 달했다. 지금은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심사역은 "과거에는 섹터 전문가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심사역들이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창업자만큼 깊이 그 회사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만큼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청난 투자 성과를 꿈꾸며 고성장이 가능한 벤처업체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대한민국에 826명(5월 기준)밖에 없는, 대한민국 0.00001%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다. 이들은 벤처기업협회에 등록된 3만331개의 벤처기업과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8만5,000여개 가운데 성장가치가 있는 진주를 찾아내 제2, 제3의 '카카오톡 투자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전체 국민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극소수지만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창업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기여도는 크다"고 말했다.

이들의 하루는 미팅에서 시작해 미팅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출근해 국내외 벤처업체들의 소식과 동향을 파악한 뒤 곧바로 벤처업체와 미팅을 갖는다. 보통 하루에 3~5곳과의 미팅이 이뤄지며 이 중 절반 정도는 직접 해당 업체를 찾아가 회사 분위기와 인력현황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내부 회의도 많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의 정보를 나누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벤처 업체들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VC의 경우 투자한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업무도 진행한다. 진윤종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업체들을 만나고 투자정보를 정리하다 보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일은 바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벤처기업들을 제2의 네이버나 카카오톡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VC가 운용하는 펀드의 자금출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VC는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보통 유한책임파트너(LP)라고 불리는 출자자들의 기금 가운데 일부를 받아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그 펀드의 책임투자자가 되고 LP를 대신해 투자하고 수익을 내 수익금을 다시 출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벤처펀드의 수익률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무한책임파트너(GP)라고 불린다. VC에 위탁하는 LP들은 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기금, 일반 기업들의 투자 기금 등이다. LP들이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를 콘셉트로 자금을 조성한 뒤 콘테스트를 통해 VC를 선정할 수도 있고 VC 스스로 펀드의 투자전략을 결정해 LP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다.



이들의 투자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투자 비중이 높았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과 전기·기계·장비의 투자는 줄어들고 있고 ICT서비스와 문화콘텐츠·게임·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늘고 있다. 벤처투자정보센터에 따르면 2012년 ICT제조 분야에 2,099억원이 투자됐지만 지난해는 1,951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전기·기계·장비 분야 투자금액은 35% 넘게 감소했다. 반면 ICT서비스 분야는 108%, 영상·공연·음반 분야는 15%, 바이오·의료 분야는 178%나 증가했다.

실제로 영화·공연·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펀드는 2013년부터 25개나 생겼고 그 규모만도 5,063억원에 달한다. 또 GS와 전라남도가 6월 1,390억원 규모의 농수산업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등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 전반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조강래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중국의 제조업 기술 발전으로 우리나라가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VC는 문화 콘텐츠와 애니메이션·바이오 등으로 투자 분야를 넓히고 있다"며 "이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고 이익 증가율이 제조업보다는 크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위 '잘나간다'는 VC의 심사역들은 4~5년차인 경우 대기업 과장급 대우를 받아 6,000만~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경력을 쌓아 임원이나 파트너 자리에 오른다면 억대 연봉의 대열에 오른다. 특히 투자수익의 최대 4%까지 파트너와 심사역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되면서 수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해 전문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산업계 경력을 보유한 국내외 경영전문대학원(MBA) 출신이 대다수다. 최근에는 이공계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심사역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 현지 대기업을 다니다 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가 심사역이 된 사람부터 국악 관련 무형문화재 출신 심사역도 있다. 김형수 전무는 "예전에는 경영과 경제·법학 출신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기술기반 창업기업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공계 출신 등 다양한 출신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 VC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와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등 기존 VC 출신들도 적지 않지만 벤처 1세대 이후의 창업자 출신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알토스벤처스 수석 심사역으로 둥지를 옮긴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의 박희은 대표, 웹 기반 거리정보 서비스 '레인디'를 창업했던 김현진 더벤처스 대표 파트너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기업 밸류를 측정할 재무적 지표가 전혀 없는 만큼 팀의 구성과 아이템 등이 투자 전에 고려할 수 있는 전부다. 그만큼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역시 갈수록 기업가정신의 자질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현진 대표 파트너는 "벤처 창업 경험자로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소통을 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적어도 초기 스타트업 영역에서는 기성 벤처캐피털리스트들보다 스타트업 창업자·개발자 등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과감한 투자로 업계를 이끌어나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써 투자철학을 가지고 펀드를 운용하고 싶은 생각이 많지만 LP들이 벤처투자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의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은데다 펀드 운용사 모집공고도 수시로 나오기 때문에 공고가 뜨면 펀드 운용 스타일과 관계없이 지원부터 해야 하는 구조다. 한 VC 업체 대표는 "현재는 국민연금과 한국벤처투자 등 LP들이 펀드 운용사를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면 VC들은 자신들의 투자 패턴이나 철학과 상관없이 모두 달려들어 자금 유치에만 혈안이 된 상황"이라며 "금융권 등 민간 LP들이 출자하는 자금의 규모가 더 늘어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자신의 투자철학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궁극적으로 수익률도 좋아지고 벤처 생태계가 한 단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투자의 경우 초기 3~4년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금융권이 벤처펀드에 투자하면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역할이 유사한 직업군도 있다.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창업 액셀러레이터 매니저나 엔젤투자자가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고 펀드를 조성해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와 VC보다 규모가 큰 투자를 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역들이 유사한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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