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중재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가스공급 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러시아가 가스공급 중단 시점으로 못박은 16일 오전 6시(그리니치 표준시 기준·한국시각 오후3시) 시한을 넘겼다.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밀린 가스대금 19억5,000만달러(1조9,870억원)를 시한까지 갚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러시아산 가스공급이 끊김에 따라 유럽 지역의 에너지 수급에는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수요의 30%가량을 의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스수급 악화는 곧바로 국제유가로 직결된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던 지난 2006년과 2009년에도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20%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가수수요가 적은 여름철이어서 충격은 앞선 두 차례의 공급중단 때에 비해 덜하겠지만 사태해결이 늦어진다면 국제유가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이라크다. 아직은 이라크 정부군과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간 충돌이 주로 북부 지역에 국한돼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수도 바그다드까지 ISIL의 영향권에 들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이라크 원유생산의 4분의3을 차지하는 남부 유전으로 교전이 확산되면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내다봤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LLC 파트너는 "이라크산 원유공급이 중단된다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P캐피털매니지먼트의 티 분 피켄스도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원유수출이 막히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의 원유공급이 정세불안 등으로 줄어들고 서구의 경제제재로 이란 원유수출도 감축된 상황에서 이라크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에서도 노조 파업으로 원유생산이 일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자정(현지시간)까지 2개 석유노조가 엑손모빌·GDF수에즈·스사토일 등과 연금지급을 놓고 임금협상을 벌인다며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하루 11만5,000배럴의 원유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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