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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금융개혁안을 내놓고 유럽 중심국까지 동조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한껏 팽창시키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이른바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청산이 본격화할 경우 매수세 위축을 넘어 시장을 급격하게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업은행 계열의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지면서 주식이나 부동산ㆍ원자재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자연스레 달러에 자산이 몰리면서 약달러가 마무리돼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던 '크로스 거래', 즉 도쿄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산 뒤 서울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거래를 중단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경영인 조찬 간담회에서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불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안전자산 선호… 미국계 자금 이탈하나=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510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국가별 순매수 2위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 미국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외국인 전체 주식순매수(23조7,000억원)의 31.6%에 달하는 규모로 증시 급등의 견인차가 됐다. '약달러∙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적극적으로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섰던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안이 나온 직후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발표 직후인 지난 22일 외국인의 일일 선물 순매도는 사상 최고치인 2조7,000억원어치를 기록했고 현물 주식시장에서도 4,92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증시를 곤두박질치게 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위축되거나 본격적인 청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5월 이후 헤지펀드 규모가 700억달러 정도 늘어나 있는 상황에 이번 투제 규제안이 현실화되면 미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유동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도 "달러가치가 올라가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축소 또는 청산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시장을 급격하게 붕괴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은행의 규제는 추가적인 부실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 등 강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외국인 자금은 '급격한 유출'이 아닌 '유입 축소'에 비중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커지는 외환 시장 변동성=달러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은 외환시장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원화 가치가 급등한 것은 역외세력들이 원화 가치 상승에 베팅을 하면서 크로스 거래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22일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안이 나온 직후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불거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특히 역외 세력이 안전 자산인 엔화에 몰리면서 원ㆍ엔 환율은 22일 하루 동안에만 38원 이상 폭등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그동안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던 크로스 거래에 대한 중단 움직임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 위원장은 "1995년 당시와 같이 한 방향은 아니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외환시장의 변동성 등 외환 부문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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