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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21세기 문학상 수상 전경린의 `메리고라운드..'

젊은 여성작가 전경린씨(37)가 제3회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95년 동아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한국일보문학상과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바 있으니 짧은 기간에 많은 상을 탄 셈이다.이번 수상작은 「메리고라운드 서커스여인」이라는 아주 짧은 단편소설이다. 남해안 어느 섬에 속해있는 유원지의 서커스단에 들어간 여자가 최모라는 서커스 단장과 류라는 여성스런 청년과 엮어내는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성적 유희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질곡을 아주 잔인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의 관계를 성적 유희라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반복적인 모든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뒤섞임을 참아내지 못한다. 또한 내가 동의하지 않은채 진화와 문명의 논리로 강요되는 통념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소설 속의 여자는 몸을 공중에 띄우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외줄타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낀다. 그녀가 공중에 몸을 띄우는 것은 어떤 신통력이나 재주가 아니라 지상과의 간극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물이다. 일상성을 거부하는 작가는 공중에 몸이 뜨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 여자는 스스로 섬에 유폐되면서 꼽추 최모와 곱상한 남자 류 사이를 줄타기한다. 물론 여자는 처음부터 류를 사랑했으나, 권력과 통념을 상징하는 최모의 고집으로 비극적인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렇게 강조한다. 「그러나 여자가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욕망은 짙은 화장을 하게 하고 범람하는 강처럼 위험한 교태를 떨게 하고 꽃이 피어나듯 스스로 다리를 벌리게 하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감각의 추억을 몸속에 남깁니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여인」은 현실 그 자체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최모와 류가 떠난 섬에서 여자는 우리에 갇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간다. 삶의 비극성을 예리하게 묘파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구상이 필요했던 전경린씨는 일상성을 거부하며 우수(憂愁)와 판타지를 받아들인다. 도서출판 이수에서 전경린씨의 작품과 여러 후보작들을 모아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이라는 제3회 21세기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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