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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채권금융단 「노조동의서」 집착

◎자구과정 반발땐 「모래성 쌓기」 우려/“강성노조에 끌려다녀 불실 자초” 판단/김회장·노조 “사실상 한배탔다” 인식도현재 기아그룹 사태 해결의 1차적 열쇠는 김선홍 기아그룹회장 등 경영진의 경영권포기 각서와 인원감축 등을 위한 노조 동의서로 집약된다. 채권금융단이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이들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금융단은 경영권포기 각서와 노조동의서의 제출이 동일선상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선홍 회장과 기아노조가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다는게 채권금융단의 분석이다. 채권단이 노조동의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기아자동차의 회생을 위해 자구계획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려면 노조동의서를 사전에 받아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노조로 알려진 기아 노조의 동의서를 받아 놓지 않은 채 자구계획을 강행하는 것은 노조 반발에 노출된 「모래성 쌓기」나 마찬가지라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사실 노조의 동의 여부는 경영사항이므로 채권단이 직접 이를 챙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채권단이 기아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갖고있음을 반증한다. 채권단은 기아 노조가 다른 자동차회사에 비해 강성인데다 지금까지 경영진이 노조에 끌려다니다 부실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 60년 설립돼 완성차 노조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조는 71년, 현대자동차 노조는 87년에 각각 구성됐다. 채권단 자료에 따르면 왜 그토록 기아노조에 대해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단체협약 내용은 다른 회사에 비해 노조에 훨씬 전향적인 내용으로 돼 있다. 기아노조가 다른 기업에 비해 진보적인 조항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조의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므로 제3자가 시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아자동차가 경영부실로 인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게됐다는데 있다. 노사협약내용이 노조의 오랜 노력으로 쟁취한 결과라 하더라도 채권은행단이 그 협약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음은 채권단소속 모은행이 기아자동차 노조의 특성에 대해 분석한 자료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노조에 유리한 단체협약=먼저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노사 동수로 구성된다. 반면 현대, 대우자동차의 인사위원회는 경영진으로만 이뤄져 있다. 기아노조는 특히 조합원 해고를 결정할 때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에서 위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도록 돼있다. 사용자는 사실상 징계권이 없는 셈이다. 현대, 대우의 경우 인사위원회에서 노조가 변론권만 가지고 있어 다수결로 징계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 단체협약은 또 조합원을 전출시키거나 교육훈련, 파견을 보낼때에도 노조와 사전합의를 해야 한다. 심지어 회사의 하도급, 용역, 합병 및 양도, 공장이전 등에 대해서도 노조와 사전합의하도록 규정했다. 근로시간의 경우 현대, 대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기아도 주 42시간이라고 규정했으나 1시간의 초과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실제로는 현대, 대우보다 1시간 적은 주 41시간 체제다. 여기에 현대, 대우와 달리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퇴직적립금 부담이 크다. ◇상급단체와의 관계=채권단은 기아자동차 노조가 민노총 및 자동차노조연맹의 지침을 적극 수용, 상대적으로 강성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노련 위원장과 민노총의 수도권사무처장이 기아 노조원출신이다. 올해 초 노동법 개정투쟁때 기아 노조는 민노총과 자동차연맹의 파업지침을 전폭 수용, 두 노조단체의 입지강화에 주력이 되기도 했다. ◇기아노조의 특성=기아 노조는 매년 다른 자동차회사보다 앞장서 노사협상을 시작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이때문에 대우, 현대자동차는 기아의 협상진행과정과 타결내용을 관망하다가 결과적으로 기아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서 협상을 맺는 양상을 매년 반복했다고 채권단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아자동차는 노사협상을 타결하면서 타결일시금으로 30만원을 지급했으나 기아보다 협상을 늦게 시작한 현대와 대우는 각각 1백만원, 70만원씩 지급키로 낙착됐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4년 부분파업 20일, 95년 부분파업 9일, 지난해엔 전면파업 9일, 부분파업 5일의 진통을 겪었다. 반면 94년 이후 현대와 대우자동차는 하루도 파업이 없었다.<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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