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90%, 13조9,000억원으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99년 12.9%, 61조원으로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반전해 2002년 2.33%, 15조1,0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003년 카드대란으로 인해 2.63%, 18조7,00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손상각 등을 적극 추진해 부실채권 비율이 3월 2.93%(21조3,000억원), 6월 2.46%(18조1,000억원), 9월 2.37%(17조6,000억원)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낮아졌으며 무수익여신(이자를 받지 못하는 여신) 비율도 1.70%로 미국(0.85%), 영국(1.6%)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은 은행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손상각ㆍ매각 등을 통해 부실채권 31조1,000억원을 감축한데다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전년보다 9조1,000억원 줄어든 27조2,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은행들이 영업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가계는 그만큼 대출받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방법으로는 대손상각이 41.3%(12조8,000억원), 여신정상화 21.3%(6조6,000억원), 담보물 처분ㆍ회수 18.4%(5조7,000억원), 자산유동화 10.8%(3조4,000억원) 등이었다. 부문별 부실채권 비율은 기업대출이 1.92%로 가장 낮았고 가계대출 1.57%, 신용카드채권 5.16%의 분포를 보였다. 한편 2003년에 비해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난 은행은 우리ㆍ광주ㆍ전북ㆍ경남 등 4곳에 그친 반면 나머지 15개 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졌다. 부실채권 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은 수출입은행으로 1.14%에 그쳤고 제주은행은 2.82%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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