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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ㆍ김세중에 이어 한국 조각 미술의 맥을 계승해 온 작가 최만린(72)이 오랜만에 신작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열었다. 2001년 삼성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6년 만이다.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근작 '0' 연작을 소개한다. '영'이라는 제목은 숫자 '제로'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을 뜻하기도 하며, 제목에 얽매인 해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초기 구상조각을 벗어나 추상조각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1977년 잠실 주공아파트가 완공됐을 때 실험적으로 그의 추상조각이 설치됐고, 1980년 외환은행 본점 객장에 '태' 연작이 놓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10년을 주기로 변해왔다. 초기 작품 '이브' 연작은 로뎅과 마리노 마리니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닮아 있지만, 점차적으로 우리의 내재된 의식에 귀를 기울였다. 그 동안 발표해 온 '천ㆍ지ㆍ현ㆍ황', '음양(陰陽)' '일월(日月)' '태(胎)', '아(雅)' 등의 제목에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있다. 신작은 예전보다 형태가 더 없어졌다. 원초적인 생명체의 씨앗을 시작으로 커가는 생명력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최만린은 에피소드도 많은 작가다. 경기중학교 3학년 때 미술교사의 권유로 국전에 출품한 작품이 입선, 최연소 수상작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 김종영ㆍ김세중 등 한국 미술사에 남은 스승에게 사사하고 미대를 졸업했지만 생계가 어려워 1958년부터 3년간 라디오 아나운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 평생의 동반자인 성우 김소원 씨를 만났다. 탤런트 최불암 씨와 동서지간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최근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소형작품은 800만원 선에, 대형작품은 1억 3,000만원 선에 가격이 책정됐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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