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준(準) 크루즈선급 호화 여객선 시장을 집중 공략, 이 분야를 특화된 캐시카우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 분야는 조선업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이라 수주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건조 경험을 쌓아 크루즈선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8일 남상태 사장이 지난 26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국영선사 코투나브(COTUNAVㆍCompagnie Tunisienne de Navigation)의 알리 칼리파(Ali Khalifa) 사장을 만나 대형 호화 페리선(Night Car Ferry)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3,100억 원이며 2012년 상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날 계약식은 튀니지의 공화국 선포 50주년 기념일에 맞춰 진행됐다.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트라벨시 리다 교통부 차관 등 주요 정ㆍ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총 10척의 여객선을 수주하게 됐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주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0년대 초 소형 여객선을 수주하며 이 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3~4년 전부터 대형 호화 여객선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분야는 그간 유럽의 전문 조선소들이 수주를 독점해왔고 아직도 유럽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경험을 축적하고 영업력을 집중할 경우 추가적인 시장 참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존 페리선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입찰 자격을 획득한 대우조선해양이 유럽의 여객선 전문 조선소들을 제치고 수주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건조기술, 파이낸싱 능력, 인테리어 시공 능력 등 종합적인 여객선 건조 능력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는 현재 전세계에서 운행 중인 페리선 중 가장 큰 규모로 길이 210m, 폭 30m에 달한다. 최대 3,200명의 승객과 285명의 승무원, 1,060대의 자동차를 싣고 27.5노트(시속 약 51km)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3개 층(Deck) 약 1만1,000㎡에 달하는 승객 편의 공간에 쇼핑센터, 유아 놀이시설, 레스토랑, 수영장, 나이트 클럽 및 인터넷 카페 등을 갖춘 준 크루즈선으로 설계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준 크루즈선 건조 경험을 통해 앞으로는 본격적인 크루즈선 수주에 도전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등 신흥국 조선업계가 상선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분야까지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크루즈선 분야가 한국 조선업계의 유일한 돌파구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여객선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크루즈선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의 한 크루즈선사와 수주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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