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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 개의 주머니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워브의 사장을 지낸 티모시 매카시(Timothy McCarthy)는 1970년대 말 특유의 자산관리 기법을 유행시켜 유명세를 탄 사람이다. 이른바 '세 개의 주머니 이론'이다. 매카시는 자산을 관리할 때 운용 대상과 목적, 기간 등에 따라 자금을 생계용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 자산 형성 주머니로 분리할 것을 강조한다. 생계용 주머니는 1년 안에 지출해야 할 생활비나 자녀 학자금, 비상금 등을 넣어두는 계좌를 말한다. 이 돈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써야 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보다는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이 원금 손실 우려가 적은 저축성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동성 클수록 몰빵투자는 위험 트레이딩 주머니는 여유자금으로 자산 매매를 하기 위해 넣어두는 곳이다. 기대수익이 큰 만큼 손실 위험도 큰 주머니여서 주로 주식 투자에 사용된다. 다만 전부를 잃더라도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자산의 20% 이내에서 투자하라고 권한다. 자산 형성 주머니는 노후와 미래 설계를 위한 자금을 말한다. 자녀 양육비와 결혼자금, 주택 구입 자금, 은퇴 후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머니다. 세 개의 주머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자산 형성 주머니다. 매카시가 세 개의 주머니 이론을 만든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투자에 실패하면서 가족들이 상당한 곤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매카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에 모아둔 재산과 보험금을 들고 금융회사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금융회사의 권유로 25년 만기 채권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폭락하자 자산이 반 토막 나고 말았다. 이에 놀란 매카시의 어머니는 채권을 모두 처분하고 이번에는 주식 투자로 눈을 돌렸다. 종목 추천을 받아 투자했지만 주가 급락으로 큰 손해만 봤다. 그의 어머니는 남은 돈을 들고 마지막으로 은행을 찾아갔다. 그의 어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자산을 예금에 넣어 두고 주식이나 채권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후 증시의 호황이 찾아왔지만 매카시의 가정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갖은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 취업한 매카시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궁리했다. 세 개의 주머니 이론은 이렇게 해서 빛을 보게 됐다. 매카시는 "아마추어가 한곳에 모든 자금을 넣어두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분산된 계좌관리가 동반될 때 비로소 단기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성공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자산관리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잘 나갔던 증시는 8월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한때 2,200포인트를 훌쩍 넘었던 코스피지수는 1,800선이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변동성에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다. 자산 성격 등 따라 분산관리를 특히 자산을 운용 목적이나 기간에 맞게 분산하지 않고 '몰빵'으로 투자하는 경우 자산을 불리기는커녕 큰 손실을 입기 십상이다. 변동성 장에서 개인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이후 증시에서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OCI는 4개월 가까운 기간에 49%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현대모비스가 19% 떨어지는 데 그쳤고 외국인 순매수가 많았던 삼성전자는 되레 12%나 올랐다. 자산관리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몇 달 뒤 생활자금이나 자녀 학자금으로 써야 할 돈을 주식에 투자 한다든지 하는 것은 조급함 때문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개인들도 자금의 성격에 맞게 자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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