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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 돌파구를 찾아라] 규제 개선이 경제개혁의 '킹핀'

재정지출 없이 투자유도해 효과적인 경제활성화 수단

先규제완화 後책임강화로 기업 자율성 보장해줘야

지난 2011년 영국은 '원 인, 원 아웃(one-in, one-out)'이라는 새로운 규제개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규제를 신설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의 총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제도다. 효과는 강력했다. 규제비용총량제를 실시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에서는 약 12억파운드(약 2조1,000억원)의 기업규제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극복 방안으로 규제개혁 카드를 선택했던 영국 정부의 판단이 정확히 먹혀들어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업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개선이 1순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윤진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 선임연구원은 "규제개혁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등의 부양책과 달리 재정지출 없이 제도개선만으로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경제 활성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시장 규제를 미국이나 영국·호주 등 저규제 7개국 수준으로 완화할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6%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개선이야말로 경제 구조개혁의 킹핀(King pin)"이라고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계는 내년 행정규제개혁법 시행으로 국내에서도 영국과 같이 규제비용총량제가 시작된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누구든 규제개선을 요청하면 관련 부처가 14일 내 처리 결과를 알려주는 규제개선청구제도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 팀장은 "무엇보다 규제개선의 기준이 기존 건수 중심에서 품질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계는 정권의 성격에 좌우되지 않는 시스템 기반의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민정부 당시부터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에 대한 합의, 방법, 제도 등이 각각 다르다 보니 일관성 있는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규제가 사후 규제의 형태로 가야 한다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규제를 풀되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사후 규제로 가야 규제의 효과는 달성하면서 선량한 대다수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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