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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환란 박물관

禹源河 증권부 차장미국 워싱턴대학 교정에 다 찌그러진 4륜 구동형 지프가 전시되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음주운전으로 2명이 죽고 3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 사고를 일으킨 차량을 사고 당시 모습으로 전시하고 있던 것. 그 차는 차체 앞부분과 한쪽 옆부분이 무참하게 부서지고 찌그러져 있었고 시트와 운전대에는 사고 때 희생자들이 흘린 핏자욱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한 경찰관이 사고차 옆에서 궁금한 사항을 답해주었고 사고경위가 자세히 적힌 게시판도 설치되어 있었다. 음주운전에 따른 위험을 예방, 홍보하기 위한 시애틀 경찰당국의 아이디어였다. 보기에도 끔찍한 사고차의 몰골을 보는 사람들 머리 속에는 『절대 음주운전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실패에서 배우는 박물관」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고와 실패로 치면 우리경제가 지난 97년에 당했던 「환란」만 한것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경제전쟁에서 대패해 모든 국민들이 적국의 포로(?)가 되면서 주권을 잃었으며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절치부심해야 할지 현재로서도 알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피해사례로 연루된 「고관집 털이범」김강룡사건에서 엿볼 수 있는 공직자 부패 사슬의 단서, 전직 대통령들이 쏟아내는 무책임한 말들, 공직사회의 밥그릇 싸움, 재벌들의 구조조정 버티기 등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각종 징후 속에는 우리가 당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대형사고의 기억이 이미 지워져 있는 것 같다. 청와대·국회·재경부·금감원 등 환란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기관들은 지금이라도 「IMF 환란 박물관」을 세워야 한다. 환란의 발생원인과 경로, 사태 발생 이후의 수습 경위, 치욕적인 협상 현장 사진,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되더라도 IMF와 당시 정부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각서를 쓰던 장면, 200만 실업자들의 고통스런 모습, 발뺌과 거짓말로 일관한 일부 관료의 모습, 노숙자와 결식 아동 등 초췌해진 국민생활의 모습 등 환란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집대성해서 「환란 박물관」을 세워야 한다. 우선 인터넷에 「환란 박물관」을 만들어 영구적으로 운영하고 그 교훈을 누구도 잊지 말도록 곳곳에 전시실을 만들자. 청와대 본관 1층 로비 공간에 치욕적인 환란의 사진이라도 한장 걸어놓고 대통령이 출근할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 외국정상이 방문할 때 대통령이 『나는 매일 아침 저 사진을 보며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고 설명한다면 아마 정상회담은 이미 90%는 성공한 것이리라. 국회와 재경부, 금감원 건물 로비에도 되도록 처참하고 치욕적인 자료들을 전시해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엉뚱한 곳에 정력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다시는 실패의 길을 되걷지 않도록 매일 아침 경종을 울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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