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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5월 7일] 선진화 관전법

글로벌 관점에서 개혁의 역사를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혁명적인 변화들이 적지 않다. 가령 지난 1986년 4월1일 100년 역사를 가진 대런던시의회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도 그런 예에 속한다. 대담한 개혁을 통해 침몰하던 영국을 구해낸 대처 수상이 해낸 역사상 보기 드문 대형 개혁의 결과다. 뿐만 아니라 대맨체스터, 웨스트미들랜즈, 웨스트요크셔 등 영국민의 3분1 정도가 거주하는 7대 도시 의회와 시청들이 잇달아 행정개혁의 제물로 사라졌다. 흥미로운 것은 하루아침에 대형 행정기구가 없어졌는데도 시민들은 조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런던은 세계금융의 중심지로 부활하고 가망 없어 보이던 영국병을 고치게 됐다. 중앙부처 공기관 마무리 단계
개혁에는 이처럼 공공 부문의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빅뱅 방식도 있고 소리만 요란하고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혁의 목표와 비전, 이를 추진하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추진력 등에 의해 좌우된다. 한때 개혁피로증이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개혁만큼 익숙한 단어도 없다. 역대 정권 모두 표현은 달라도 한결같이 개혁을 부르짖었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내걸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사회적으로 자유와 정의가 최고의 가치로 존중되는 사회가 선진국이라면 그 초석을 까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만 보면 규제가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공공 부문을 선진화의 주된 타깃으로 잡고 다른 한편에서는 녹색성장엔진을 다는 양동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선진화를 위한 개혁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인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예상 밖의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출범과 함께 과감하게 중앙부처 통폐합을 추진한 데 이어 ‘주공ㆍ토공 통폐합’과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공기업 선진화 작업도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혀 ‘전봇대 뽑기’ 행보 등 집권 초기의 열기가 식고 선진화 내용이 다소 변질된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과 작은 정부라는 목표 사이에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성은 인정된다. 지도자가 대담한 개혁 나서야
그러면 이 정도로 선진국이 되는 기초가 확립된 것인가. 그렇다고 긍정하기에는 여전히 후진적인 조직과 제도, 전근대적인 의식구조와 관행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부문이 널려 있다. 정치적 흥정 끝에 반쪽짜리 금융개혁법을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는 데는 단 몇 분에 법안을 뚝딱 해치우는 얌체 국회를 보면 선진화는 요원한 꿈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떨치기 어렵다. 재정의 60% 가까이를 쓰며 공공 부문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십수년간 자치제는 성역 대접을 받으며 240개가 넘는 지자체들이 정치적 기교를 부리고 목청을 돋우지만 과연 100년 전의 틀을 그대로 두고 선진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형편없는 재정자립도에 아랑곳없이 호화 청사 짓기와 조직 키우기, 멀쩡한 보도블록 바꾸기, 1000여개에 달하는 그렇고 그런 축제 홍수 등으로 예산 낭비를 일삼아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중앙부처 통페합과 공기업 구조조정은 선진화 고지의 5부능선 정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화의 성공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3류정치는 물론 100년 동안 뿌리내려온 지방행정체제를 선진화시키는 일은 지금까지의 개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숙제다. ‘지도자는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의자에 앉아서 달콤한 말만 해서도 안 된다’는 대처의 지도자론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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