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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대화와 타협의 3C 원칙

김성훈<상지대 총장·경실련 공동대표>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두돌을 맞아 대국민 국정연설을 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국민의 동참호소를 주축으로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특히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민주정치 방법론으로서 두번씩이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점이 아주 돋보였다. 쌍방향(two-way)의 대화에 의한 의사결정을 주무기로 삼는 디지털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디지털시대의 패러다임은 비단 하드웨어면의 변화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즉 사고방식의 변화와 함께 의사결정 과정 역시 쌍방향이어야 한다. 산업화시대의 국민 위에 군림하던 아날로그식 지도 방식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어떠한 정책과 제도를 뜯어고치려 할 때도 “정당한 절차와 과정(due process)”을 따를 때만이 참여와 혁신이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됐다. 그 핵심수단은 다름 아닌 노 대통령이 강조한 대화와 타협이다. 오랜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체질화해온 이른바 ‘3C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3C 원칙이란 어떤 ‘사안(事案)’에 임해 먼저 상식(common sense)에 비춰 판단하고, 이견이 있을 경우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conference)하며, 그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타협(compromise)하는 민주적 쌍방향의 의사결정 방식을 말한다. 3C 과정은 때로는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민주사회의 삶의 방식이며 정책결정의 패러다임이다. 무릇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이와 같이 고통스럽고 지루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대체 개혁이란 무엇인가. 고칠 ‘改’, 가죽 ‘革’ 두 글자가 뜻하듯 ‘가죽을 벗기는’ 일이다. 더욱이 민주주의 방식의 개혁은 살아 있는 사람의 ‘생가죽’을 벗기는 일과 다름없다. 개혁당하는 입장에서는 아픔과 피해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기득권이 어느 정도 일정기간 상실될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살아 있는 머리와 입과 손발을 모두 동원해 온몸으로 저항하기 일쑤이다. 그 저항의 강도와 수단방법의 여하에 따라 개혁 주체들이 거꾸로 공격당하는 피해와 고통 역시 막대하다. 개혁목적과 반대목적에 정치적 야욕이 끼어들 경우 저항 방법은 더욱 극렬해지고 그만큼 개혁 주체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기득권층이 노리는 바가 다름 아닌 개혁 주체세력의 거세 또는 말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거센 저항을 이겨내려면 첫째도, 둘째도 완벽한 지식과 판단에 근거한 정확ㆍ치밀한 개혁프로그램과 후속ㆍ보완조치이다. 찬ㆍ반 사태를 정밀히 예견해 미리 대비한 개혁프로그램이 아닐 경우 그 개혁은 시작부터 ‘실패’를 잉태한다. 그래서 개혁조치에 대한 반발을 줄이고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혁 내용과 일정이 단계적으로 수립되고 시행될 필요가 있다. 개혁조치의 후과(後果) 역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개혁조치는 대부분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개혁을 지지했던 그룹, 특히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정책수요자 중에는 피부로 그 혜택이 곧 돌아오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이 종종 배신감으로 바뀌게 된다. 개혁 끝에 반동(反動)이 일어나 개혁 주도세력이 ‘팽’을 당하는 사례는 동서고금의 개혁사에 흔히 보이는 일이다. 애시당초 개혁에 반대하던 세력들은 개혁이 끝난 후 그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거나 시행착오가 생기기를 기다린다. 실망한 세력이 크게 늘어날 경우 은근히 이들에 편승, 또는 합세해 커다란 반동을 일으킨다. 그것은 오로지 개혁조치들을 단계별로 입안하고 집행하며 3C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만이 사전에 예방 또는 감소시킬 수 있다. 어떻든 개혁 과정이란 개혁을 당하는 쪽이나 이를 주도하는 양쪽 모두 고통받기 마련이다. 그 고통을 함께 나눠지는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이 있을 때 조금은 가벼워진다. 고통이 견디기 힘들다 해서 가야 할 길을 가지 않거나 멈춘다면 그냥 정체될 수밖에 없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당대의 우리 모두가 대화와 타협의 슬기를 발휘해 힘든 개혁과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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