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으로 키코(KIKO), 스노볼(SNOW BALL)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상품을 판 은행들이 수수료 등으로 지난 1ㆍ4분기에만도 1조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예대마진 축소로 마땅히 이익을 거둘 곳을 찾지 못한 은행들이 파생상품을 새로운 수익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총이익에서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까지 치솟았다. 3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국내 17개(수출입은행 제외) 은행은 파생상품에서 총 1조3,95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상품별로 보면 키코 등이 포함된 통화 관련 파생상품에서 1조5,000억원의 이익을 냈으며 이자율 상품은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거래잔액은 2,275조원으로 2007년 말의 1,979조원에 비해 296조원 증가했다. 은행의 전체 이익에서 파생상품 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법인세를 차감하지 않은 당기순이익에서 파생상품 비중이 1ㆍ4분기에 무려 31.0%를 기록했다. 이전 은행권의 법인세 전 당기순이익에서 파생상품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8%이었으며 2006년 4.9%, 2007년 1.1% 등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파생상품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07년 1ㆍ4분기만 해도 3.0%였으나 4ㆍ4분기 2.96%로 감소했고 올 1ㆍ4분기에는 2.75%, 2ㆍ4분기에도 2.68%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은행들이 예대마진 등 전통적 수단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파생상품에 더욱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 파생상품 이익의 거의 대부분은 수수료 수입으로 파악된다”며 “하반기에는 대출을 통한 외형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기관들의 파생상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년 자통법이 시행되면 파상생품 거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키코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만큼 감시망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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