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서울 고교 학군 통폐합 문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남북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학군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가 하면 이를 통해 강남 집값을 과연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당국의 방침대로 광역학군제가 도입되면 강남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 학생이라도 강남 명문고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강북에 주거하는 학부모는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강남 학부모들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 강남 개포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문모(45)씨는 “지척에 명문학교를 놔두고 한강을 건너 하루 2시간씩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며 어떻게 통학할 수 있겠느냐”며 “그럴 경우에는 차라리 이사를 가고 마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정부의 발상을 강력 성토했다. 반면 강북 용산구에 사는 김모(50)씨는 “학생들에게 고교 선택의 폭을 넓혀주게 돼 현행 고교평준화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집값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48)씨는 “강남 교육여건은 학교도 중요하지만 주거ㆍ학원가 같은 전반적인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다”며 “강남 8학군 쪽에 등교하는 강북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면 결국 강남에 대한 주거수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가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의 진단과 보완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전국 중ㆍ고교생 학부모 1,472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학부모들이 학군 광역화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1%는 ‘매우 찬성’ 의견을, 37.6%는 ‘찬성’ 의견을 각각 제시했으며 ‘보통(중립)’이라는 의견은 38.7%, 반대의견은 13.6%였다. 학부모들은 또 ‘고교 경쟁입시제도 부활’에 대해 반대(58%) 입장을 나타내며 현행 고교평준화정책(찬성 63.1%)에 지지입장을 보였다. 한편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학군조정 문제가 논란이 되자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했다기보다는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동학군제도를 확대해가며 학군에 관한 문제도 함께 다뤄볼 수 있지 않느냐는 원칙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전날의 발언에서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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