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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에셋 매니지먼트] <3> '랩' 패러다임이 바뀐다

저금리 장기화…월급쟁이들에도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인기<br>10만원 이상이면 가입 가능 '나만의 맞춤형 서비스' 장점<br>거액 자산가들 전유물 탈피 대중적 투자수단으로 각광<br>랩시장 2년새 3배나 급성장




#1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사는 P모씨(68)는 지난 7월 용인 땅 매각 대금으로 받은 돈 12억원 중 3억원을 집 근처에 있는 증권사 지점에서 자문사 연계형 랩 어카운트(전문자산관리서비스ㆍ이하 랩)에 가입했다. 그가 이를 통해 석 달간 확보한 수익률은 약 5%.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1년 동안 맡겼을 때보다 많은 이익을 이미 확보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돈을 모두 은행에 넣어두려 했지만 주변에서 자문형 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길래 투자를 해보았는데 괜찮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2 서울 을지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B모씨(45). 그는 석 달에 한번씩 나오는 약 200만원 정도의 보너스를 꼬박꼬박 증권사의 머니마켓랩(Money Market WrapㆍMMW)에 넣는다. 은행 통장처럼 수시로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으면서도 원금과 이자를 복리로 자동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 통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인 랩이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랩어카운트라고 하면 극히 일부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개인들의 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수십억대 거액 자산가부터 직장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개인별 맞춤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과 투자 상품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1대1 서비스가 가능한 랩은 앞으로 대표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랩 시장 2년 새 3배 급증=2~3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투자 하면 주식과 펀드가 전부였다. 랩이 2001년 선보이기는 했지만 설 자리는 없었다. 자산관리를 맡길 만한 일반 자금 자체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 역시 주식 중개에 치중하다 보니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개인 금융자산의 급속한 증가는 랩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가용 자금이 늘어나면서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에만 투자하기에는 손실위험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예금에 넣어놓자니 이자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수익의 저하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자 수익을 찾기 위해 전문투자자들에게 돈이 몰려든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LF), 물가연동채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투자 대상이 다양화된 것도 랩의 중요성을 높여줬다. 실제로 2007년 말 개인 금융자산 규모가 1,712조원이었을 당시 랩 시장 규모는 9조5,353억원에 불과했지만 금융자산이 2,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8월 말 현재는 32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자문형 랩 바람을 타면서 9개월 동안 12조4,000억원이나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였다. 금융자산의 증가가 곧 랩의 급속한 확산을 뒷받침한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리테일사업부장은 "랩의 성장은 금융자산의 급속한 증가로 개인들의 투자 가용자금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도 주식에 올인하기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수 점유물에서 대중 투자수단으로=서울 여의도 B증권사의 한 지점 직원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어선 직후 하루 종일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펀드를 환매하고 대신 이중 일부 자금을 랩으로 돌리겠다는 고객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펀드 환매에 대한 문의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중 30% 정도는 랩으로 상품을 바꾸려고 하는 고객들"이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랩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과거 랩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투자액도 대부분 억대 이상이었고 따라서 투자자도 일부 소수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상품도 다양화됐다. 특히 최근 주가상승으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 랩으로 옮겨가면서 대중적인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년 전까지만 해도 과거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었던 주식형 랩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1,000만원까지 낮아지기도 하는 등 거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심지어 펀드 랩이나 주식형 랩 중 주가연계펀드(ETF)형의 경우 10만원만 있으면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랩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층의 기본 투자액이 최고 40억원에서 최저 10만원까지 넓은 게 특징"이라며 "거액 투자자들만 랩 상품을 이용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일률적 규제보다 발전적 성장에 초점 맞춰야=전문가들은 랩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또 '나만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랩은 다양한 자산을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종합계좌"라며 "앞으로 종합자산관리의 도구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랩의 확산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문형 랩의 경우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맞춤형 분산 투자가 아닌 일괄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비율 방식의 집합주문 금지 ▦계좌 관리인의 상담업무 불가 ▦투자권유시 수익률 제시 불허 ▦투자일임수수료 외 위탁수수료 징수 불가 ▦분기별 투자자 재무상황 파악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보다는 시장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규제체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리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개선안은 랩과 신탁의 업무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일반 투자자의 투자수요를 저해하는 등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일률적인 규제보다 자산관리의 발전적 성장이 가능한 규제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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