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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쇼핑시대] <3> 차별화가 답이다

품질 좋으면 PB상품도 '대박'… 오픈마켓·소셜커머스까지 진출

서울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이마트 PB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 대형마트

가격 거품 뺀 PB분유 깐깐한 엄마들도 환영

● 창고형 할인매장

여름에 스키 판매 등 '얼리버드 전략' 주효

● 소셜커머스

모바일 익숙한 2030겨냥… 육아용품 시장 메카로


지난해 6월 서울 신천동 롯데마트 본사 상품본부 회의실. 이른 아침부터 상품본부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날 경쟁사인 이마트가 롯데그룹 계열사인 파스퇴르와 손잡고 자체브랜드(PB) 분유를 출시하기로 하자 비상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이미 파스퇴르를 통해 PB 산양분유 출시를 목전에 둔 롯데마트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열사라 하더라도 경쟁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내용은 알 수 없고 알려주지도 않는다"며 "결국 시장의 수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해 신상품을 선보이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습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체는 저마다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알리바바와 아마존에 맞서 시장에 없는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의 영역이었던 PB 시장에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진출하고 전문업체가 주도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대형마트가 뛰어드는 게 대표적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PB 분유를 출시할 때만 해도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남양유업 등 대기업이 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굳건한데다 기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꽤 높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아이에게 먹이는 분유까지 PB 상품으로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출시 8개월이 지난 대형마트 PB 분유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는 시장 1위 제품의 절반 가까이 판매량이 뛰었고 롯데마트 '귀한 산양분유'는 점유율 30%를 넘어섰다. PB 상품도 본연적인 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치열한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태경 이마트 가공식품 담당 상무는 "국내 분유 시장의 가격구조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높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개발에 착수했다"며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영업비용과 광고비를 빼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자 판매가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말했다.

차별화 상품을 앞세운 창고형 할인점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대형마트가 통상 3만~4만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반면 창고형 할인점은 3,000~4,000종의 상품을 박리다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꾸준하게 팔리는 인기 상품이 아니면 재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롯데마트 빅마켓은 대형마트보다 이색 상품을 빨리 출시하고 빨리 철수하는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겨울에 카약을 팔고 여름에 스키를 판매하는 식이다.

그간 국내 창고형 할인점은 미국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가 주도했지만 국내 기업들이 선전을 이어가면서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생겼다. 초기에는 매장 구성이 코스트코와 흡사해 따라 하기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물류 서비스를 비롯해 신선식품 투자를 강화하고 해외 소싱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자 대형마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민휘 롯데마트 빅마켓상품부문장은 "지난해 빅마켓은 10.8% 신장했는데 내수경기 침체와 의무휴업 등으로 대형마트 성장이 멈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고형 할인점은 25%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경쟁력이 성장 요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습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오픈마켓도 PB 상품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상품 유통을 넘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G마켓은 오픈마켓에서 소형가전 구입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선풍기·믹서기·고데기·전기그릴 등으로 구성한 'G플러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중소기업과 손잡고 상품 기획·개발·유통 전 과정에 참여해 가격 거품을 낮췄다. 'G플러스 믹서기'는 출시 1년 만에 3,000여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11번가도 가전제품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화장품·쌀·멸치·라면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음식점과 패션상품을 발판으로 성장한 소셜커머스는 기저귀·물티슈·이유식 등 육아용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저렴한 가격, 엄선한 상품, 신속한 배송을 앞세운 마케팅에 주력하자 소셜커머스가 육아용품 시장의 메카로 부상한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육아용품 거래액은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육아용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10%에서 30%로 껑충 뛰었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PB 육아용품을 줄줄이 출시하면서 매년 판매 순위 상위권을 육아용품이 휩쓸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 엄마'가 늘어난 덕에 모바일을 통한 육아용품 매출은 평균(70%)보다 높은 8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상품 경쟁력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이어가되 철저한 품질관리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해서는 글로벌 유통업체의 물량 공세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자회사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60%가 짝퉁이라고 밝힌 뒤 이틀 만에 알리바바 시가총액 36조원이 증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대목이 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체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 없는 제품을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느냐에 달렸지만 상품에 대한 품질과 신뢰가 보장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품질 관리와 배송 서비스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강점을 보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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