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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생산시설 해외 이전


소설 '플랜더스의 개.' 가난한 소년 넬로와 늙은 개 파트라셰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은 국제적이다. 프랑스계 영국 여류작가인 위다(Ouida)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영구 이주한 직후인 1872년 원고를 내놓았다. 소설의 지역적 배경인 플랜더스의 역사 역시 네덜란드와 벨기에ㆍ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플랜더스는 현재 벨기에 북서부와 네덜란드 남부에 걸친 지역으로 오랫동안 저지대로 불렸다. 지명 자체가 '범람의 땅'이라는 뜻인 이곳은 잦은 범람과 침수에 시달렸으나 교통의 요지여서 일찍부터 상공업이 꽃피었다. 프랑스 왕실과 지역 영주의 지배를 오가면서도 유럽 최고 부유지역이라는 평가를 안겨준 주역은 모직산업.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기술로 유럽의 의류산업을 장악해온 플랜더스는 16세기 이후 경쟁력을 잃었다. 상공인들이 중계무역과 금융의 미래를 확신하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외국으로 생산시설과 기술인력을 이동시킨 탓이다.

△모직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는 영국 맨체스터. 플랜더스 상공인들의 15세기판 생산설비 해외 이전은 성공했을까. 단기적으로만 그렇다. 저임 노동력이 주는 막대한 이윤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제조업이 시드니 중계무역도 위력을 잃어 네덜란드의 황금시기는 15~17세기 이후 다시금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맨체스터 지방의 모직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의 불을 지피는 데 성공한 영국은 성장과 팽창 가도를 달렸다. 플랜더스가 국내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세계 경제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른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국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군. 6대째 가업을 승계하는 데도 평판이 매우 좋다. 가문의 아들들은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하고 국내 생산 우선 원칙을 지켜온 덕에 스웨덴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발렌베리그룹에 견줄만한 한국의 기업가는 과연 없을까. 노조의 파업과 공장 해외 이전이 대립하는 결말은 플랜더스가 말해준다. 제조업 공동화의 책임이 노사 어느 쪽에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게 있다. 국내 제조업 포기의 대가는 젊은 세대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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