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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나를 딸로 낳았어"

평생교육시설 수기 공모 '대상' 김옥균 주부

딸이라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고 학력을 숨기며 결혼했지만 남편의 격려로 늦깎이 학생이 된 주부의 수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광주직할시 평생교육시설인 진명중학교 학생 김옥균(48ㆍ여)씨는 1일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학교연합회' 주최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열리는 수기 공모전에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은 글로 `교육인적자원부 대상'을 받는다. 김씨는 아버지가 집안의 7대 종손인 종갓집에서 태어났고 오빠도 3명, 여동생도4명이나 되고 사촌도 모두 모여 사는 `뼈대 있는' 가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내년에 보내주마'란 수기에서 밝힌 것처럼 40여년 전 초등학교 졸업 후 "계집애를 왜 중학교에 보내느냐"는 할머니 말씀 때문에 오빠들과 달리 공부를 접어야 했다. 김씨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오빠와 동생의 교과서며, 심지어는 어머니가 생선을 사올 때 싸온 신문지도 버리지 않고 모조리 읽었다. 엄마한테 왜 딸로 낳았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결혼할 나이가 됐고 학력 때문에 맞선을 볼 때 마다 거절당했던 일, 결국 오빠 소개로 만난 지금 남편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속이고 결혼한 말 못할 사연도 모두 고백했다. 결혼한 지 몇 년 뒤 학력 속인 일을 털어놓던 날을 김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어렵게 말을 꺼냈을 때 남편은 대답 대신 담배를 피워 물었고 한참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여보, 기운 내. 당신 학력을 고졸로 인정하지'라며 오히려 위로해줘 부끄러움과 고마움에 한없이 울었다" 6개월 전 어느 날 남편이 `같이 갈 데가 있다'고 해 따라간 곳이 진명중학교. 김씨는 "남편이 `당신이 내게 학력을 고백하던 날 기회가 되면 학교에 보내줄거라고 결심했었다'며 손을 꼭 잡아줬다"고 전했다. 40년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수학 공식도 밤새 외운 영어 단어도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 잊어버렸다. `혹시나 나를 알아보는 학생은 없을까' 하는 걱정에 반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않았고 교실 밖을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여섯 달이 지난 지금은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가 됐다. 누가 알아볼까 수기를 작성할 때도 가명을 사용했던 김씨는 "공부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날개를 단 기분이다. 나와 처지가 비슷한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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