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돌에 약점이 없으면 마음껏 싸울 수가 있다. 우변의 백대마가 우상귀와 연결되면서 백은 모든 근심걱정이 없어졌다. 두터움을 얻게 된 것이다. 백2, 4의 공격을 과감하게 시작한 것도 그 두터움의 효과였다. 구리의 백6은 흑대마의 사활을 정면으로 위협한 강수였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백1 정도로도 백이 약간 남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흑2가 놓이면 중앙의 백이 엷어지므로 불확실하다. 백8은 흑더러 참고도2의 흑1에 뻗으라고 강요한 수. 그것이면 백은 비로소 2에 지킬 심산이다. 이것으로 좌변의 백진이 완벽하게 지켜지는데 흑대마는 여전히 미생이므로 이 코스는 흑에게 승산이 없다. 여기서 이세돌은 단안을 내렸다. 흑11로 침입하고 흑13으로 젖혀간 것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 수순은 던질 곳을 찾은 옥쇄작전이라고 봐야 합니다."(목진석) 백14로 끊은 이 수. 검토실에서 진작부터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흑이 괴롭게 됐어요. 어쩌면 상변쪽 흑대마가 전멸할지도 모릅니다."(송태곤) 흑은 좌변의 백진을 한껏 유린하고 상변의 흑도 살아야 이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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