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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터만 홀' 개관

홍찬선 열린우리당 당선자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터만홀’ 개관식이 열렸다. ‘터만’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길래 대학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단 말인가. 34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전자공학과의 젊은 교수인 프레드릭 터만은 졸업반 학생 중에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가 오실로스코프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에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던 터만 교수는 그들에게 주머닛돈을 건네주면서 그것을 만들어 팔아보라고 권했다. 터만 교수의 지원에 힘을 얻은 두 사람은 졸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작업장은 패커드가 살던 집 뒤의 작은 차고를 썼다. 그들은 39년에 제품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538달러였다. 두 사람은 회사이름을 자신들의 이름을 따고 동전 던지기를 해 ‘휴렛패커드(HP)’라고 정했다. 회사가 잘되자 주변의 자두밭에는 관련 회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6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자리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됐다. 터만 교수는 한번도 기업을 운영해본 적이 없었지만 항상 제자들을 실리콘밸리의 주역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은 그를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터만 교수의 역할은 미국 내에 머무르지 않았다. 70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과학기술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알고 제대로 된 이공계 대학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최고수준의 대학을 만들 수 있는지 몰라 스탠포드대학의 공대학장으로 있던 터만 교수에게 부탁하게 됐다. 연구책임자로서 터만 교수는 정근모 박사(현 과학기술한림원장)를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을 편성했다. 연구보고서를 받아 본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청사진으로 삼아 오늘의 KAIST를 만들었다. KAIST 내에는 이미 ‘정문술빌딩’이 있다. 이는 물질적으로 큰 기여를 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경우다. 터만홀은 정신적인 기여를 기리는 공간이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터만홀과 정문술빌딩이 균형 잡힌 ‘정신’과 ‘물질’ 세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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