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의 베테랑 영업맨 문광열(사진) 부장은 음료 유통 현장을 '하루살이'에 비유한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어 슈퍼나 편의점에 제품을 진열해 놓아도, 점심 때만 되면 어느새 경쟁사에서 해당 제품을 안 보이는 뒤쪽으로 치우고 다른 제품을 진열해 놓기 때문이다. 영업조직이 상대적으로 작아 대리점에서 직접 영업 현장을 관리하지 못하는 웅진식품으로서는 치열한 음료 경쟁에서 승부를 뒤집기가 더 어려운 요인이 된다. 그런데 웅진식품의 과채주스 '자연은'이 일을 냈다. 지난 2004년 자연은이 출시된 이래 처음으로 썬키스트를 제치고 과채 주스 시장에서 델몬트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 것. 썬키스트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들어온 지 27년 만에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AC닐슨 자료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 '자연은'은 15.3%로, 썬키스트의 14.0%를 1.3%포인트 앞질렀다. 델몬트는 31.8%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만 해도 썬키스트의 연간 판매액(1,759억원)이 자연은(787억원)의 두 배가 넘었음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자연은의 2위 돌풍은 2ㆍ4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문 부장은 이 같은 성과를 두고 "영업맨들 덕택"이라고 말했다. 덩치에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영업조직이 한 발 더 뛰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대리점이 아닌 센터에서 관리하는 단점을 줄이기 위해 남들보다 2시간 빠른 7시에 출근해 밤 늦게까지 진열을 하고 바이어를 만나 상담했다"고 말했다. 자연은의 '생육기간' 마케팅도 한몫했다. 생육기간 마케팅은 '790일 알로에'처럼 과채가 가장 맛있는 자연숙성 기간을 제품명으로 사용한 것을 말한다. 제품명에 이처럼 생육기간을 표기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는 것. 특히 지난해 하반기 썬키스트를 수입ㆍ판매하는 해태음료가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영업조직이 채 정비되기 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문 부장은 "올해 과일주스 시장에서 2위를 고수해 델몬트, 썬키스트, 미닛메이드 등 해외브랜드가 휩쓸고 있는 과채 주스시장에서 토종브랜드의 가능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