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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투명한 회계 만드는 비용, 기업가치 높이는 투자로 생각해야"



재무제표 정확히 작성하고 내부감사 충실해야 외부감사 제대로 진행

회계업계 동반성장 가시적 성과·감사시간 늘려 질적 향상에도 올인

10월 서울서 CAPA 컨퍼런스… '한국 회계' 위상 한단계 높아질 것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 등에서 잇따라 회계 부실이 불거지면서 수주 산업 특유의 '고무줄 회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기업의 의도적인 분식회계 의혹과 더불어 이들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외부 감사를 맡은 특정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1만1,000여명 전업 회계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성원(67·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근 회계 부실 사태는 외부 감사의 문제가 아닌 기업 내부적인 분식의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그였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 회장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조직, 이를 내부적으로 감시하는 기능, 그리고 외부 감사, 이 세 가지 측면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회계 부실을 막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차적으로 내부 감시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감사위원회가 '유명무실'한 탓에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 절차를 제대로 밟아도 분식을 밝혀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진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고 기업 내부 감사위원회가 이를 충실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는데 이 구조가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와 같은 회계 부실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회계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기준원 등이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주 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 회장은 "기업들이 회계 투명성을 위한 노력을 비용으로 여기지 말고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고 내부 감사위원회가 이를 잘 검증하며 마지막으로 우리 회계 법인이 외부 감사를 제대로 수행하는 과정 전반이 모두 기업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6월 한국공인회계사회 41대 회장으로 취임한 강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6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년간 강 회장은 △손해배상 비례 책임제 도입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외부 감사 의무화 △학교법인 등 비영리법인에 대한 외부감사 확대 △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 지원 금지 및 지정 감사 대상 확대 등 회계 업계의 오래된 과제들을 해결했다.

강 회장은 "2013년 12월 말 개정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증권 집단 소송이 발생했을 때 회사 경영진뿐만 아니라 감사인에게까지 연대해 책임을 지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던 연대 책임을 비례 책임으로 바뀌었다"며 "아울러 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해주는 오랜 관행을 뿌리 뽑은 점도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형 회계법인 간의 '동반 성장'의 길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도 업계 내에서 울림이 컸다. 강 회장은 "이른바 '빅4(삼일·딜로이트안진·삼정KPMG·EY한영)' 회계법인들이 감사 보수 2,000만원 이하 계약 건에는 참여를 자제하도록 당부했고 실제 잘 지켜지고 있다"며 "또 사회 전반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원·상호금융기관·공동주택 등으로 외부 감사 의무화의 대상이 넓어지고 이에 따라 중소형 회계 법인의 먹거리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라고 자평했다.

강 회장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재임 기간 회계 감사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재무제표 작성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기업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 회계 법인이 적정 시간·절차 등을 거쳐 감사 품질을 높인다면 회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자연히 높아진다는 게 강 회장의 지론이다.

강 회장이 감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떠올린 묘수는 바로 '감사 시간'이다. 그는 "감사 시간을 제대로 투입하면 감사 보고서의 품질은 자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바로 '감사 투입시간 지침'이다. 삼일·딜로이트안진·삼정KPMG·EY한영 등 이른바 '빅4'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투입 시간을 집계하고 업종별·규모별 평균치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 평균치를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아 매년 140여개 회계법인에 이를 지침 형태로 전달한다. 더불어 지난해 외부 감사 참여인원의 직급별 감사 시간과 총 감사 시간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외감법이 개정돼 일정 부분 법적 토대도 갖춰졌다.

강 회장은 "회계법인들이 감사 시간 표준을 제대로 준수하면 감사 품질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부실 감사도 줄어들 것"이라며 "부실 감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결국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사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올 들어 잇따라 불거지는 회계사들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예방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감사 대상 회사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주식과 선물 거래에 이용해 7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취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연초에는 임원급 회계사 2명이 국세청 직원에게 성 접대를 제공했다가 적발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강 회장은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은 감사 대상 기업의 주식을 일절 거래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예를 들어 회계법인 소속 직원이 감사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고자 하면 자동으로 '이 회사는 우리 법인이 감사하는 회사입니다'라는 매매 불능 메시지가 뜨는 식으로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회계사 직업윤리 분야 필수 연수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윤리의식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다음달 26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회계사 연맹(CAPA) 제14차 컨퍼런스'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CAP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공인회계사협회들이 구성한 연맹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미국·캐나다·호주·인도 등 24개국 31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26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강 회장은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 회계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아직 높지 않은 편"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회계사와 회계 업계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비전업 회계사를 포함해 약 1만8,000명에 달하는 회계사들에게 조언의 말을 건넸다. 그는 "회계사는 단순한 감사인(Auditor)이 아닌 컨설턴트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회계사들이 감사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수합병(M&A), 세무 등 컨설팅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He is…

△1948년 대구 △1970년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1982년 속초·마산·영도 세무서장 △1995년 서울지방법원 조정위원회 위원 △2000년 삼정KPMG 대표이사 △200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부회장 △2007년 한국감사협회 고문, 삼정KPMG 부회장 △2012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제41대 회장 △2014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제42대 회장







매일 330개 작품 암송… 시인보다 詩를 더 사랑하는 사람

■ '명예시인 1호' 강회장

'시인보다 시(詩)를 더 사랑하는 사람'

강성원 공인회계사회 회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수식어이다.

우연한 기회에 아내와 함께 시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게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고은 시인의 추천을 받아 '명예시인 1호'의 영예도 안았다. '시와 시학'이라는 모임에도 정기적으로 나간다.

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감성적인 측면이 있었는지 우연한 기회에 시를 접하고 그대로 빠져들었다"며 "축사를 할 때, 글을 쓸 때, 모임에 참석할 때 항상 시를 낭송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연을 맺는 분들에게 시집을 보내드린 지도 어느덧 10여년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의 시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매일 330개의 시를 순서대로 암송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퇴근 시에,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330개의 시를 속으로 읊조린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강 회장은 330개에 달하는 '암송 포트폴리오'에서 시 한 편을 꺼내 들었다.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추석 무렵', 김남주)

'상생'에 맞는 시도 한 편 소개했다. 강 회장은 김남조 시인의 '나무와 그림자'라는 시를 읊조렸다. "나무와 나무그림자/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밤이 되어도/비가 와도/그림자 거기 있다/나무는 안다."

임기 내내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 법인과의 동반 성장을 누누이 강조한 '상생 드라이브'의 기저에는 김남조 시인의 따뜻한 정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안 보이는 그림자는 사실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라며 "나무와 그림자는 남이 아닌 또 다른 나"라는 말을 덧붙였다.



/대담=이학인 증권부장 leejk@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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