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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요리에 빠진 남자들

■ 김서방! 오늘 저녁 메뉴는 뭔가?<br>"맛있는 음식 내손으로 만들자" 문화센터·식품업체 요리강좌에 젊은층서 중장년까지 남성 북적<br>"가족·연인과 함께 나눠 먹으면 대화·정서 공감으로 힐링 돼요"






#"결혼하면 주말마다 장모님 요리는 이 사위가 책임지겠습니다."

올 9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이호영씨는 지난 12일 CJ제일제당이 진행한 요리 프로그램 '장모님을 위한 상차림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 한식 상차림 레시피를 배웠다. 예비 신랑ㆍ신부, 장모 3명이 한 조로 8팀이 참가한 이번 쿠킹클래스의 메뉴는 '매콤 두부 대구찜'과 '갈비살 된장찌개'. 난생 처음으로 만들어본 요리지만 이씨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시식한 예비 장모님과 예비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나왔다.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는데 요리로 일찌감치 점수를 따고 들어가고 싶었다"는 그는 "여자친구가 결혼해서도 일을 계속할 계획이기 때문에 순조로운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요리를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대기업을 퇴직한 50대 김모씨는 지난달부터 서울 송파구청에서 진행하는 요리교육 프로그램인 '아버지 요리교실'을 다니고 있다. 1주일에 1회씩 3개월간 진행되는 요리교실에서 김씨는 갈치조림ㆍ무침 등 반찬류는 물론 전골ㆍ수제비ㆍ샤브샤브ㆍ누룽지탕 등 고난도 요리까지 총 36가지 메뉴를 배우게 된다. 그는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나니 집사람이 취미활동을 위해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퇴직 후 여유가 생긴 김에 요리를 새로운 취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필동 샘표 본사의 지미원에서 열린 '요리 에센스 연두와 함께하는 아빠의 간식요리 클래스'. 여자 어린이들과 아빠들이 조를 이뤄 요리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TV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라는 참가자 김선우씨는 "요즘 아이들을 자상하게 돌봐주는 친구 같은 아빠가 주목 받는 시대가 아니냐"며 "요리는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대화를 나누는 좋은 매개체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식품업체의 요리 프로그램, 구청 요리교실,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 등에 요리를 배우려는 남성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 양천구청은 2008년부터 중장년층 남성들을 대상으로 '아버지 요리교실'을 운영해왔는데 올해 참가 신청자 수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송파구청은 지난해까지 은퇴 남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 과정으로 진행하던 요리교육 프로그램을 올 들어 처음으로 정규과정으로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과정이 요리교육이었고 신청자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송파구청은 요리강좌 수를 지난해 16회에서 올해 48회로 확대했으며 참가자 정원도 지난해 240여명에서 올해 960여명으로 4배 가까이 늘렸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웰빙문화 정착으로 건강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중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리강좌에는 건강을 직접 챙기기 위해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문화센터 요리강좌 수를 지난해보다 약 25% 늘렸으며 남성 참가자 수도 지난해보다 약 15%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남성들은 주로 저녁이나 주말 시간대에 진행되는 요리강좌에 여가시간을 활용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주말에 캠핑ㆍ등산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점도 남성들의 요리에 대한 접근성과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매년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발'이라는 요리대회를 개최하는 오뚜기는 지난 11일 올해 대회를 진행했다. 올해 대회 참가자 수는 지난해보다 약 40%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요일에 진행돼온 이 대회가 토요일에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직장에 근무하는 남성들이 주로 토요일에 야외활동을 즐기고 일요일에 쉬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요일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들의 요리 프로그램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들을 활용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남성들에게 주방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샘표는 지난해 출시한 요리 에센스 '연두'의 사용법을 알리기 위한 지난해 말 쿠킹 클래스를 새롭게 도입해 매주 1회씩 열고 있다. 올해부터는 매달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주제별 쿠킹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프로그램 참가 경쟁률이 지난해 3대1 수준에서 올해 6대1로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장모님을 위한 상차림 쿠킹 클래스'를 마련한 CJ제일제당은 올해부터 각 브랜드별로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한 쿠킹 클래스 프로그램들을 수시로 열고 있으며 프로그램 진행 횟수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릴 계획이다.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세대를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요리대회를 준비하는 식품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건강한 요리는 맛있다' 요리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동원F&B는 올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페이스북 요리대회를 갖는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요리 전문가들이 만든 레시피를 소개했다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만든 레시피를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해 SNS에 친숙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행사라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지만 단기적인 이벤트에 비해 소비자들과 스킨십을 나누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며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이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껴 제품의 충성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요리 전문가는 "요리는 먹는 즐거움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건강과 정서를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이것이 바로 남성들을 요리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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