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이즈가 없어 맞춤복을 입거나, 몸에 맞기만 하면 디자인을 가리지않고 사서 입었죠. 하지만 요즘은 예쁘고 세련된 큰옷이 많아져서 너무 기쁩니다.” 4일 동대문 쇼핑몰 두타 지하 1층의 한 ‘큰옷전문 매장‘에서 만난 김진경(33)씨는 매장에 진열된 큼지막한 쉬폰 블라우스, 미니 스커트 등을 둘러보며 즐거운 감탄사를 연거푸 내뱉었다. 다양한 디자인의 빅 사이즈 기성복을 취급하는 큰옷 전문점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만인구가 늘어나는데다 헐렁하게 옷을 입는 ‘멋쟁이’들이 늘면서 큰옷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여기에 매장에 없는 사이즈는 따로 제작해 무료배송까지 해주는 등 고객 서비스도 한층 강화됐다. 동대문에서만 두타를 비롯한 청대문(구 거평프레야), 청평화상가 등 100여곳에서 큰 옷 전문매장이 성업중이다. 두타에서 ‘탐스룸’을 운영중인 이신자 사장은 “디자인도 안보고 사이즈만 맞으면 무조건 구입하던 고객들이 요즘에는 허리선이 들어가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유행스타일을 많이 찾는다”며 “두꺼운 뱃살과 넓은 어깨가 커버 될 수 있게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2평 남짓한 이 가게의 하루 매출은 400만원선. 온라인쇼핑몰까지 합쳐 연 매출이 10억원 정도다. 인터넷쇼핑몰에서도 큰옷전문점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G마켓에서는 플러스빅, 모파상 등 총 400여개의 매장에서 77~120사이즈의 큰옷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올들어 월평균 30~40%대의 매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상품검색창에서 ‘큰옷’ ‘빅사이즈’등이 꾸준히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CJ몰에서도 BMK, CREBIG 등 6개 큰옷 브랜드 매장에서 정장부터 캐주얼, 청바지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강태은 상품기획자(MD)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9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GS이숍에서도 믹비, 공구우먼 등 10여개 큰옷매장이 월평균 5,000~6,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업 중이다. 이처럼 큰옷전문매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해마다 늘어나는 비만인구 때문.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인구가 전체의 32.4%에 달했다. ‘마른 체형’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44사이즈’를 입는 사람이 늘어난 동시에 비만인구의 증가로 ‘77~180사이즈’를 입는 큰옷 고객도 함께 늘어난 것. 박성희 베스띠벨리 디자인 실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체형은 아주 말랐거나, 또는 뚱뚱하거나 두 가지로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며 ‘패션업체들은 이를 타깃으로 하는 사이즈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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