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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美정찰기와 무역분쟁

톰 플레이트(UCLA 커뮤니케이션 정책연구학부 교수, LA타임스 객원편집위원)미국과 아시아 국가간 철강전쟁이나 일본-중국간 양파분쟁은 미국과 중국사이의 정찰기사건에 못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일련의 충돌은 아시아지역이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돈의 논리보다는 좀더 분열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에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일본 국민들은 정부에 자국산 농산물보다 싼 값에 판매되고 있는 중국 농산물의 수입을 막으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농촌지역 지지세력이 많아 이런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자민당은 지지율 급락으로 고전하고 있어 지역구민의 호소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머지 않아 중국산 농산물, 특히 양파ㆍ버섯은 일본산 제품과 같은 가격에 팔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항의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일본인들이 물건을 비싸게 구입하길 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800만에 달하는 일본농업협동조합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어양식업자나 타월제조업자 등도 유사한 보호무역정책을 비슷한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만이 아니다. 심지어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보호주의 성향이 급증하고 있다. 미 철강업계와 노조는 아시아산 저가 제품 수입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외국 업체들이 미국 철강산업을 붕괴시키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물건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더 주력한다. 교역문제에 대한 이 같은 감정적 접근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미국의 반(反)덤핑법을 비난했다. 그는 "보호주의 성향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자기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논리보다는 국민감정이 더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이 양파ㆍ철강 분쟁이 정찰기 위기와 접목되는 지점이다. 정찰기 승무원의 미국귀환은 중국과 미국 지도자들의 냉철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만일 양국 국민들이 좀더 감정적으로 이 사안에 대처했더라면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미 의회는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을 올리고 판매를 감소시키기 위해 새로운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측의 승무원 억류에 분노한 시민들이 중국산제품의 불매운동을 펼쳤을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 수출업자뿐 아니라 미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저렴한 중국 수입품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가 올라가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였을 게 틀림없다. 심지어 의회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저지하고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를 취소하려고 시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제학자들은 냉철한 수학적 논리만으로 만족할지 모르지만 정치는 정당한 판단을 가로막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이 과도한 보호주의에 의해 촉발됐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정이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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