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절벽 우려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제 막 증시에 발을 내디딘 새내기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에는 공모 가격을 책정할 때 예상 거래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낮춰 잡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엠비코리아는 첫날 3.01% 하락하며 공모가 아래로 직행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가(7,600~9,200원)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6,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 시초가(5,990원)부터 공모가를 밑돌더니 결국 3.01%(180원) 하락한 5,81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주 청약자들은 수익은커녕 5%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CJ헬로비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CJ헬로비전은 6.01%(850원) 하락한 1만3,300원으로 장을 마쳐 사흘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공모가가 1만6,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CJ헬로비전 공모주 청약에 참가했던 투자자들은 불과 10일 남짓한 기간에 16% 넘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맥스로텍도 상장 첫날 하한가를 기록했고 15일 상장한 와이엠씨도 상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의 경우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돌아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공모주 열풍은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은 희망 공모가를 크게 낮추고 있다. 오는 22일 코스닥시장 상장이 예정돼 있는 디젠스는 수요예측 결과 희망공모가(1,800~2,300원) 하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이는 최근 한 달간 디젠스의 장외시장 가격(2,400~3,100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디젠스의 예상 주가를 1,850~2,910원으로 예상한다.
다음달 중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일본 전자지급결제업체 SBI엑시즈는 희망공모가 자체를 예상주가밴드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시장에서는 SBI엑시즈의 상장 후 예상주가를 5,575~8,761원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SBI엑시즈의 희망공모가는 3,000~3,600원에 불과하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모주 시장은 기업실적 둔화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업황이 좋지 못한 종목의 경우 기관들의 관심이 매우 낮아 최근에는 수요예측 전 희망 공모가 자체를 보수적으로 잡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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