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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겪고 심지어 법정관리까지 들어가면서 이들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올 1ㆍ4분기 실적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쌍용건설과 기업회생절차, 즉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일건설에 대한 4개 대형 은행들의 직접대출 규모는 4,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총 1,220억원을 두 개 건설사에 빌려줬고, 하나ㆍ외환 1,150억원, 신한 980억원, KB국민 850억원 등의 순이다. 이 금액은 쌍용ㆍ한일 두 개 건설사에 대한 직접대출 규모만 집계한 것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더하면 은행들의 건설사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더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건설사들이 자본잠식으로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하게 되면서 불똥은 은행권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당분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놔야 해 실적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출한 자금 중 회수가 안 될 것으로 보이는 금액의 일부를 비축하는 돈으로 이를 통해 자금 미회수 시 자본잠식을 방지한다. 실제로 일부 은행주들은 지난해 4ㆍ4분기에도 마진 하락 속에 각종 일회성 비용과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결산 시 손실로 인식되는 만큼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충당금이 전체 현금 흐름을 추정해 금액을 결정되므로 예상치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쌍용ㆍ한일 건설에 대출을 한 주요 은행들의 평균 대출금액이 1,000억원에 달해 각자 수백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며 "충당금이 당장 올해 1ㆍ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에도 단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주들이 쉽지 않은 1분기를 보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올해 은행주들에 대한 전반적인 주가 흐름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연구원은 "1분기 실적 훼손이 우려되지만, 올해 새 정부의 내수부양ㆍ가계부채 대책 등 정책 기대감이 커 추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며 "글로벌 은행주들의 상승 흐름을 국내 은행주들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은행주들이 내수 부진으로 인한 자산 성장률 및 순이자마진(NIM) 약화로 글로벌 은행주들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작았다"며 "미국 경기회복과 유럽 재정 리스크 완화, 신정부의 내수 부양정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은행주 상승폭 확대의 기회라는 점에서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밝혔다. 건설사 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에 대해서도 "부담은 존재한다”면서도 “2008년 이후 은행들이 건설ㆍ부동산 관련 여신을 30% 이상 디레버리징(부채축소)해 왔다는 점에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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