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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현실화하는 저신용자 도덕적 해이

빚탕감 2003년 데자뷔…2금융권 연체 전방위 상승<br>정부 잇단 구제책에 의도적 채무회피 늘어<br>카드사 1분기 연체율 작년보다 최고 0.7%P↑<br>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져


지난 2003년 정부는 연체의 늪에 빠진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원금 탕감 및 상환 기간 연장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구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그해 3ㆍ4분기 11.99%였던 카드 연체율은 4ㆍ4분기에 14.06%까지 치솟았다. 채무 탕감을 받기 위한 저신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현실화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요즘 당시의 상황이 데자뷔처럼 다시 벌어지고 있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이 금융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심리를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주요 카드사가 발표한 1ㆍ4분기 실적을 보면 대다수 카드사의 1ㆍ4분기 연체율은 하나같이 늘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1ㆍ4분기 말 현재 연체율은 2.84%로 지난해 같은 기간(2.70%)에 비해 0.14%포인트 올라갔다.

하나SK카드는 같은 기간 2.26%에서 3.0%로 무려 0.74%포인트나 급등했다. 전업카드사 중 건전성 비율이 가장 뛰어난 현대카드 역시 0.62%에서 0.8%로 0.18%포인트가량 올라갔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졌다. 카드사들은 보통 7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채권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다. 장기연체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충당금 비용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의 경우 1ㆍ4분기 충당금은 7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37억원)에 비해 43억원 늘었다.

이 같은 연체율 상승 및 충당금 증가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여파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채무 탕감 정책을 빌미로 저신용자들이 의도적인 채무 회피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채무 탕감 대상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에서 특히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경우 2012년 말 현재 연체율은 15.0%로 2010년 말에 비해 44bp(1bp는 0.01%포인트) 급증했고 대부업체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0.36%포인트 올라 지난 2012년 말 현재 9.4%에 달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출자 중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행복기금 등 빚 탕감 정책을 실시하자 '혹시 나도 구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됐을 때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워크아웃제도 완화 조치 등 저신용자에 대한 채무 탕감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 이것이 자칫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쪼그라든 상태여서 연체율 상승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벌써부터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채권을 크게 정상(1%)-요주의(10%)-회수의문(75%)-추정손실(100%) 네 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적립 비율을 높일 경우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연체율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연체율마저 악화되면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에 균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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