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의 수출 쇼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당초 세웠던 올 목표치 4,500억달러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경기 등을 감안하고 민간기관들의 예측치를 고려하면 극적인 상황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난해의 4,224억달러는 물론 4,000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도 희박해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2일 “1월의 수출 감소는 100m 경주 출발선상에서 잠깐 삐끗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2월부터는 무역수지도 나아질 것이고 2ㆍ4분기부터는 수출도 늘 것으로 본다”고 외견상 자신감을 보였다. 주요 기관이 예측한 마이너스 수출증가율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상황을 타개할 그 나름의 걱정의 표현 아니겠냐”면서 “좀 더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들 기관이 너무 수출 전망을 좋게 봐서 우리가 오히려 ‘낮출 의사가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예상하고 있는 수출 1% 증가는 물론 목표로 삼고 있는 4,500억달러 달성도 당장 바꾸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변 여건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주요 업종의 수출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믿었던 개발도상국이나 자원부국의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수출을 하고 싶어도 받아줄 곳이 줄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기관들의 수출 전망은 정말 어둡다. 정부와의 간극이 커도 너무 크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올해 6.1%의 수출감소를 전망했고 KDI는 무려 17.4%나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금융연구원은 -13.0%, 삼성경제연구소 -5.1%, LG경제연구원 -16.2% 등 하나같이 좋지 않다. 수출을 놓고 정부와의 시각차가 큰 데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정부가 전망치를 쉽게 바꾼다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경제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나빠질 경우 거시정책 전반을 위해서도 발 빠른 조정작업이 때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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