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를 이끌어갈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이 18일 선정된 것을 둘러싸고 벌써 잡음이 나온다. 선정 결과가 영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우선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83개 신청 기업의 절반인 43개 기업이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
내용적으로 살펴봐도 석연찮다. 선정 기업 중 신약 개발 실적이 있는 기업은 고작 12곳, 개량 신약이나 백신이라도 개발한 적이 있는 곳까지 포함해도 2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8곳은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제네릭) 개발에만 몰두해왔거나 제약사로 보기 어려운 벤처기업 등이다.
특히 리베이트가 적발돼 일괄 약가 인하 조치까지 받았던 제약사가 이번 혁신형 제약기업에 포함돼 있다. 제약업계에 뿌리내린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던 보건복지부의 기존 방침과도 맞지 않아 보인다.
의문이 꼬리를 물다 보니 제약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이 선정 기업에 혜택을 더 주기 위한 게 아니라 탈락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자금 융자 및 공공 투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물론 법인세액 공제 범위가 확대되고 연구시설에 대한 공적 부담금이 면제되는 등 비선정 기업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혜택을 누린다. 약가 역시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이 매길 수 있어 앞으로 국내 제약업계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느냐 마느냐로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복지부는 물론 "당장의 실적으로 판단할 경우 유망 중소ㆍ벤처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에 잠재 역량까지 고려했다. 리베이트에 관해서도 선정 항목 11개 가운데 리베이트가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1개에 불과해 다른 10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면 객관적 지표에 따라 선정될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의문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지부는 탈락한 기업은 물론 선정 기업들의 점수표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여러 혜택을 주는 제도의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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