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업가치만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에 상장 주관에 따른 수수료만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이번 딜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유상증자, 블록딜, 회사채 발행 등 롯데와 관련된 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핵심인 호텔롯데의 IPO를 따낸다면 다른 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일본계 IB들을 중심으로 해외 IB들 역시 호텔롯데의 상장 주관사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13일 신한금융투자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IPO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인 12일 이미 상장 일정과 계획 등을 담은 제안서를 롯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외 투자은행을 통틀어 첫 번째 제안으로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 총수 일가의 계좌관리를 꾸준히 해왔던 신한금투와 신한은행은 공식발표 이전부터 IPO 추진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호텔롯데 상장 계획안에 따르면 가장 빠른 상장 예정 시기는 내년 1월이다. 오는 11월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 승인 받은 뒤 12월 중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일정이다. 다만 17일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 등 경영권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감안해 내년 2·4분기까지 상장을 마무리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주요 IB들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기도 전에 신한금투가 제안서를 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신한금투는 지난해부터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해왔다"며 "그동안 롯데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호텔롯데가 올해 세 차례 진행한 사모채 발행 작업에 모두 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롯데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채권은행도 같은 계열의 신한은행이다.
NH투자증권(005940)과 KDB대우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등도 IPO 수주전에 뛰어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롯데렌탈과 롯데건설의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또 롯데의 최근 10년간 마지막 IPO였던 롯데쇼핑(023530) IPO 실무를 맡았던 조광재 전 대우증권 상무가 현재 NH투자증권에서 IPO를 총괄하고 있어 롯데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IPO 주관 1위인 한국투자증권도 '롯데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PO뿐만 아니라 추후 이뤄질 회사채 발행 등이 잇따라 예상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안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B 딜이 지연과 학연 등 인적요소가 많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일본 게이오대 동문이라는 점은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계열사 중 가장 유력한 상장 후보인 롯데정보통신의 주관사가 대우증권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IB들도 뛰어들 태세다. 과거 롯데와의 굵직한 딜을 추진해왔던 골드만삭스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 롯데쇼핑의 IPO 시기 해외 대표주관을 맡은 바 있다. 당시 해외 공모자금만 2조7,429억원으로 골드만삭스가 거둬들인 수수료만 137억원에 달했다. 하이마트 인수를 성사시킨 것도 골드만삭스다.
노무라증권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1981년부터 신동빈 회장이 6년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며 지금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가 일본 및 한국 정황과 기업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특수성을 가진 만큼 일본계 IB인 노무라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씨도 노무라증권에서 현재 근무 중이다.
도이치증권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2010년 인수에 성공한 바이더웨이와 럭키파이 등이 모두 도이치증권의 공력으로 이뤄졌다. 롯데쇼핑의 GS리테일 인수를 주도했던 안성은 전 메릴린치 대표가 도이치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롯데의 KT렌탈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점도 도이치증권의 주관사 선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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