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CEO 인사이트] 서병문 비엠금속 회장

"경영은 곧 사람 관리… 머리보단 가슴으로 소통해야죠"

법정관리 상태서 대표이사 맡아 직원들과 현장서 동고동락

시한 3년 앞당겨 졸업… 연매출 500억 주물업계 리더로 키워

중기중앙회 부회장 맡아 '납품단가 연동제' 등 현안 해결 앞장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마천주물공단 비엠금속 용해로 앞에서 서병문 회장이 완성된 주물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민정기자

"머리로 사람을 사귀지 말고 가슴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좌우명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진실은 통한다'는 신념은 법정관리 중이었던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을 때나,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으로서 중소업계 현안을 해결할 때 항상 견지했던 원칙이었고, 지금 와서 되돌아봐도 그 길이 정말 옳았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마천주물공단에 자리한 비엠금속 집무실에서 만난 서병문 회장(70)은 "경영은 곧 사람 관리이고, 사람 관리는 사장과 직원이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대화할 때 가능하다"며 '진실 경영론'을 설파했다.

서 회장은 원래 운동선수 출신이다. 키가 180㎝에 달하는 서 회장은 중고등학교부터 대학시절까지 배구 선수로 뛰었고, 경희대 체육대학 경기지도과에 입학해서도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학군단(ROTC)으로 군 복무를 했던 서 회장은 이상적인 신체 조건에다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 받아 수도경비사령부 30대대에 소위로 임관해 1976년 대위로 예편했다. 자신의 군대 경력을 살려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10.26쿠데타 등 예기치 못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경희대 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경영자의 꿈을 키웠다.

서 회장이 비엠금속(당시 신일금속)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영학 석사를 마친 1981년. 서 회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던 지인의 소개로 그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일금속의 관리담당이사로 들어갔다. "1966년 설립된 신일금속은 가전, 자동차부품, 재봉틀, 정밀주조부품, 각종 취사용 프라이팬 등 폭넓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무리한 설비 투자로 1981년 6월 부도를 맞게 됐어요. 다행히 산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지면서 제가 합류하게 됐지요. 제가 들어가서 파악해 보니 당시 고용인원만 1,100여명으로 불필요한 인력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회사 구성원이 심각한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고, 회사에 대한 불신도 강했지요."

회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던 서 회장이 내민 카드는 '진실'과 '발품'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을 파악해 쌀 한 말과 라면 한 상자씩 짊어지고 직접 찾아 다녔다. 회사가 정상화돼야 살아갈 수 있으니 함께 힘을 모으자고 설득하면서 이해를 구한 것이다. 처음에는 지역 연고도 없고(서 회장의 고향은 경북 영주다), 회사 근무 경험도 없는 서 회장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직원들이 하나 둘 변하더니 몇 년 새 신뢰가 쌓여 회사 간부의 말은 안 들어도 서 회장이 뱉은 말은 무조건 믿게 된 것이다. 법원에서도 서 회장의 리더십을 인정해 1984년 대표이사로 영입, 정상화의 지휘봉을 그에게 맡겼다.

각고의 노력 끝에 법정관리 시한을 3년 앞당긴 2001년 10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게 됐다. 부도 당시 80여억이던 매출은 300여억원으로 늘었고, 직원수는 1,100여명에서 350여명으로 확 줄었다. 부채 299억원도 전액 상환했다. 법정관리 졸업과 함께 회사명도 '가장 좋은 금속'(베스트 메탈)이란 의미에서 비엠금속으로 변경했다. 특히 기술연구소 설립과 해외 선진 업체와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지금은 자동차 부품과 냉장고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 연간 매출액만 500억원에 달하는 주물업계 대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 회장의 남다른 뚝심은 진해마천주물공단 설립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991년 경남지역 주물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진해마천주물사업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 회장은 15만평 규모의 공단 조성에 발 벗고 나선 것. 당시 공식적인 보상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원주민이 공단 조성에 협조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자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법정에서 해결할 것을 제안하며 민사소송까지 갔고,결국 승소를 이끌어 답보 상태에 놓였던 공단 조성 작업이 해결되는 단초를 마련했다. 또 공사 진행 과정을 매일 현지 답사하면서 건설사들을 독려해 공사 기간을 단축해 52여억원에 달하는 공사 대금을 절감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런 서 회장도 경영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라고 회고한다. "당시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는데 납품 받는 대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올려주지 않으니 죽을 맛이었지요. 생산하는 만큼 적자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우리가 살 길은 '납품단가 연동제'라고 판단하고 주물업계가 주축이 돼 뭉쳤지요. 당시 이명박 후보가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저도 중기중앙회 부회장 자격으로 경제2분과에서 활동하면서 재래시장 살리기와 납품단가 연동제를 첫 번째 경제정책 추진 과제로 넣었어요. 하지만 2008년 2월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에도 대기업들이 꿈쩍도 하지 않아 2월 28일 인천, 대구, 경남 등 대표적인 주물공단에서 생산 중단 궐기 대회를 했고, 이를 계기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산업계로 번졌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길을 열어가는 데도 서 회장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2010년 8월 서 회장은 기자 회견을 자청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갑을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9월 8일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이 중소업계만 초청해 국민경제대책회의가 열렸을 때도 직언을 쏟아냈다. "제가 죽을 각오를 하고 대통령에게 한 마디를 해야겠다, 후보 당시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항이 아니냐. (동반자 관계 정립이) 경제 원리에 어긋난다고 하면 그에 맞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 전 대통령이 심각하게 듣더니 그로부터 며칠 후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모두 불러서 회의를 열었고, 결국 그해 1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경제·산업계에 유행처럼 번진 '손톱 밑 가시 뽑기'도 서 회장을 비롯한 중소업계 대표들과의 만찬 자리가 계기가 됐다. "후보 시절 중소기업 대표들과 비공개로 만나 현안을 듣는 가운데, 똑같은 담보를 갖고 있어도 신용이 있으면 금리가 싸고 신용이 나쁘면 금리가 높은데, 같은 담보를 갖고 금리에 차이를 두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박 대통령이 공감하면 '손톱 밑 가시'라는 용어가 처음 나왔어요."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인 서 회장은 요즘 50인 이하 소기업들의 경영 여건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예전에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갖고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았지만,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의 다수공급자계약(MAS)제도가 그 자리를 대체했어요. 그런데 규모가 큰 기업들은 덤핑으로 들어가고, 작은 기업들은 가격 탄력성이 거의 없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같은 업종 내에서도 양극화가 생기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어떤 형태가 됐던 50인 이하 소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마련되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뛸 생각입니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마천주물공단 비엠금속 용해로 앞에서 서병문 회장이 완성된 주물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민정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