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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가 실존 고고학자라면?

신간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영화 팬덤북<br> 영화와 관련된 '진짜' 고고학사 팬덤 그 이상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나도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게다. 그 뒤를 이어 커트 러셀의 ‘스타게이트’,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레저’까지. 잃어버린 시간과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는 주인공들의 활약상과 고고학자의 트렌드(?)는 꾸준히 진화했지만 단연 으뜸은 원조 격인 인디아나 존스. 그가 실존 인물이라면, 영화의 소재와 그의 업적은 어떻게 고고학사에 기록됐을까. 신간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류동현 지음, 루비박스 펴냄)은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을 본 뒤 비장한 마음으로 인생의 진로를 정하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물론 교수의 “설마 인디아나 존스 영화 때문에 우리 과에 들어온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는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지만 20년 가까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와 진귀한 자료를 수집해왔다. 책은 영화시리즈의 순으로 전개된다. 이집트에 묻힌 모세의 ‘성궤’, 페루의 잉카문명을 간직한 ‘황금다산조각’, 상하이의 ‘누르하치 유골’과 십자군의 성배, 코로나도의 십자가에 얽힌 ‘진짜 역사’를 들려준다. 이번에 개봉한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도 빠질 수 없다. 실제로 수정 해골은 멕시코와 중앙ㆍ남아메리카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학문적으로는 이를 오파츠(OOPARTSㆍOut-of Place Artifacts)로 분류한다. 미국의 동물학자 이반 T.샌더슨이 처음 제안한 단어로, 저자는 “선사 시대 유적에서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우주선 장난감이 나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쉽게 설명한다. 더불어 마야문명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영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돕는다. 흥미에 대한 ‘맛있는 해설’ 뿐 아니라 고고학에 대한 진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고고학을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과거 인류들이 남긴 물질적 자료를 통해 당시의 문화를 복원하고 그들의 문화가 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같은 거창한 정의 이전부터, 옛 유물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했다. 14세기 르네상스 시기를 즈음해서는 골동품 수집이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15세기에는 그 관심이 극에 이르렀다. 골동품 수집이 고작이던 것을 학문적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독일의 빙켈만(1717~1768)이었고 19세기 중엽까지 고전고고학이 자리를 잡아간다. 이 시기는 그러나 유럽 열강이 식민지로 진출하면서 도굴과 약탈이 횡행했다. ‘람세스2세의 흉상’과 ‘로제타 스톤’이 유럽으로 옮겨졌고 터키의 ‘페르가몬 신전’은 통째로 뜯겨 독일로 옮겨졌다. 이런 유물의 약탈이 지식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고고학의 발달을 이끌었으니 아이러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고고학은 학문적 성장기를 마주하는데 이 때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가 활약한 시기. 트로이와 미케네 문명을 발견한 독일 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이 대표적인 인물. 저자는 “옛 유물과 다른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간직한 이 시기의 고고학자들은 학문과는 별개로 낭만적인 감수성이 있었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고고학의 발전에 학문 연구를 가장한 보물 사냥까지도 존재하던 낭만적 고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책 말미에는 인디아나 존스를 실존인물로 착각할 정도로 ‘착실하게 정리된’ 그의 연대기 및 영화에 대한 잡다한 정보가 총망라됐다. 결국 저자는 인디아나 존스가 영원히 팬들의 마음에 살아 숨쉬길 바란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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