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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너머 아득한 새벽바다

거문도, 바다낚시 명소‥은갈치회맛 일품새벽 4시반에 눈을 떴다. 남해 지역의 빼어난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거문도 등대의 해돋이를 볼 작정으로 자명종 시계를 맞춰두고 잠을 청한 터이지만, 새벽 기상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그래도 일출 예정 시간인 오전 6시15분까지 등대에 닿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서니 새벽5시. 밖은 아직도 칠흑이다. 어둠을 밟고 고도와 서도를 잇는 삼호교를 지나, 동양 최대의 프리즘 렌즈를 자랑하는 등대가 위치한 수월봉으로 향했다. 수월봉 입구까지 대략 30~40분.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던 졸음이 확 달아났다. 새벽 미명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 풍광은 실로 깜짝 놀랄 만했다. 수월봉 허리를 휘돌아 나있는 등대 가는 길은 동백나무가 우거져 동굴을 형성하고 있다. 산길 오른쪽은 낭떠러지. 드넓은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과 바다와 동백 숲은 기막힌 '자연의 교향악'을 연주해낸다. 쉼 없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 '쏴~아', 온갖 산새들은 그에 화답하듯 '쑥꾹~''쭈르르르'. 물소리와 새소리는 동백 터널에서 공명을 이루며 멋드러진 화음을 연출한다. 동백 터널이 관악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며, 30분쯤 걸었다.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주위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얀 등대, 유채꽃, 거기에 쪽빛 바다. 동백터널이 '자연의 교향악'을 들려줬다면, 등대 앞 초원은 천지가 빚어낸 기기묘묘한 작품들이 들어선 '전람회'를 보여줬다. 특히 산과 바다를 경계로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유채꽃밭은 등대를 향하던 총총 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 등대 앞 일출 전망대인 관백정에 도착하니 오전 6시10분경. "오늘은 영 아니야" 흐린 날씨 탓에 일출을 감상하기는 틀렸다는 말들이 오고갔다. 일출 감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수십 번 발품에 한 번이나 볼까 말까"라는 말도 들렸다. 아쉽게도 일출은 볼수 없었다. 그 대신 관백정 밑 깎아지른 절벽 아래를 오고가는 부지런한 낚시배들이 나그네의 심사를 달래주었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고도ㆍ동도ㆍ서도의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월봉은 서도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수월봉에서 북쪽으로는 보로봉ㆍ별악산ㆍ음달산이 줄지어 있다. 현재 수월봉과 보로봉까지는 등산로가 개발돼 있어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올해 가을께는 별악산과 음달산 등산로도 조성돼 서도는 남북을 연결하는 4시간 거리의 트레킹 코스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를 위한 예산 7,000만원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고 삼도라고 불렸던 이 섬은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이 섬에 들어와 귤은 김유라는 대학자와 필담을 나누다가 그의 문장력에 탄복하여 거문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다툼 끝에 벌어진 비극 '거문도 사건'의 흔적으로 영국군 묘지가 고도에 남아있고, 조선 시대 유학자로 유명하였던 귤은 김유를 기리는 거문사, 그리고 같은 유학자 만해 김양록을 기리는 서산사 등 역사유적지가 많이 있다. 물이 깊은 거문도 바다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하다. 7~8월 절정을 이루는 참돔ㆍ흑돔ㆍ돌돔 낚시는 서도 남쪽 등대와 촛대바위 등이 최적의 장소이며, 동도는 대형 돌돔이 잘 낚인다. 특히 거문도 은갈치는 제주도와 함께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 곳 사람들은 "거문도 앞 바다가 제주보다 훨씬 깊기 때문에 최고의 맛을 낸다 고" 입을 모은다. 싱싱한 은갈치를 회로 떠 입에 넣으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올해 6~7월부터는 거문도에서도 은갈치 낚시를 직접 즐길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몇몇 낚시점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은갈치 손낚시 상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커먼 밤바다에 펄떡이는 은갈치를 낚아 올리는 손맛, 거문도 여행의 낭만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거문도에 가면 꼭 한번 둘러볼 만한 곳은 애절한 전설이 서려있는 섬, 백도이다. 거문도에서 동쪽 28km에 위치하며 바다 속에 60개 바다 위에 39개, 모두 99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흰색을 띠고 있다. 그래서 1백(百)에서 하나 부족하다고 해서 '백(白)도'가 됐다는 설과 색깔이 하얗다고 '백(白)도'라는 설이 맞선다. 이 섬의 전설이란 말썽꾸러기 옥황상제의 아들이 징벌로 하강했다가 반성은커녕, 용왕의 딸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아들을 잡아오라 사신을 보냈는데 사랑에 취한 왕자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화가 치민 옥황상제는 이들을 모조리 바위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방바위ㆍ각시바위ㆍ보석바위ㆍ매바위 등 99개의 섬은 한결같이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다. <여행메모> ◇여행상품= 개인적으로 거문도 여행을 떠나자면 거리도 멀어 부담스럽지만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럴땐 시간ㆍ비용 모두 줄일수 있는 단체관광도 고려할 만하다. 미사연산악회(www.misayeon.pe.kr)는 6월 4~6일, 7월 15~17일 두 차례 '거문도 여행' 상품을 준비했다. 2박 3일 일정. 첫날은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 등을 여행하고 이튿날 유람선을 타고 백도를 둘러본다. 마지막 날 새벽 등대섬에 올라 일출을 보고, 보로봉에 오른다. 참가비 17만5,000원(숙박ㆍ식사ㆍ유람선비ㆍ여행자보험료 등 포함). 문의 (02)536-4311 ◇도로안내= 순천IC~여수방면 4차선도로~36Km~여수시 ◇선박= ①데모크라시(초쾌속선) 매일 오전8시와 오후3시 2회운항, 1시간 30분 소요, 요금 2만4,550원, 문의 061-663-2192~3 ②순풍호(고속선) 오후2시30분 1회운항, 2시간 40분 소요, 요금 2만4,550원, 문의 061-663-2824 ◇숙박= 32실 규모의 가장 큰 여관 거문장(061-666-8052) 외 10여개의 여관과 민박집이 다수 있다. ◇음식= 옥경이네 집(061-665-6183). 싱싱한 자연산 참돔과 우럭회를 저렴한 가격(1kg 4만원)에 맛볼수 있다. 특히 이 집 김상호 사장의 안주인이 끓여내는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자연산 특유의 쫄깃쫄깃함을 자랑한다. 6~11월월 은갈치 제철이 오면, 이 집의 주특기인 은갈치 회를 맛볼수 있다. 가격은 시세대로 받으며, 현지에서 잡은 은갈치를 서울로 택배도 해준다. ◇백도여행= 거문도에서 28km, 선편 2시간 50분 소요, 요금 1만3,000원, 문의 ㈜온바다 (061)663-2191 ◇낚시= 돌핀낚시 (061)665-7543, 삼호낚시 666-1498, 부산낚시 666-9128 ◇문의= 여수시 삼산면 사무소 (061)690-2607, 여수 여객선터미널 (061)666- 8215, 여수시청 문화관광과 (061-690-2225) 거문도=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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