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 6개월째를 맞았지만 시청률 0%대의 바닥권을 맴돌며 군소채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V조선ㆍ채널AㆍJTBCㆍMBN 등 4곳의 현재 시청률은 0.3~0.5%대로 대부분의 채널이 지난해 12월 초 개국 당시보다도 못한데다 콘텐츠 부족으로 보도ㆍ오락 편중의 부실방송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전국 종편 하루평균 시청률(24일 기준)은 TV조선 0.322%, 채널A 0.426%, JTBC 0.472%, MBN 0.503% 등으로 개국 초기와 같은 0%대에 머물렀다. 이는 KBS1(9.5%), KBS2(5.4%)의 10분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파업 사태로 방송 파행을 겪고 있는 MBC(4.5%)에도 크게 뒤떨어진다. 개국 당시 TV조선(0.327%), 채널A(0.293%), JTBC(0.648%) 등의 바닥권 시청률에서 더 뒷걸음질친 셈이다.
개국 당시 시청률 1%대를 공언한 것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그램 안정화로 지상파 시청률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0%대 채널'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한 대작들은 변변한 관심 한 번 받지 못한 채 줄줄이 조기종영됐다.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 등이 출연했던 TV조선의 야심작 '한반도'는 올 초 겨우 1%대로 서둘러 막을 내렸다. 스타 작가 노희경씨와 스타급 배우들을 동원한 JTBC의 드라마 '빠담빠담'도 시청률 1%로 종영됐다.
잇따른 간판 프로그램의 실패로 종편들은 아예 드라마를 줄이고 보도 위주로 편성하고 있는 형편이다. 뉴스와 같은 보도 프로그램은 연예인 섭외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훨씬 줄어든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 실제 MBN의 편성(24일)을 살펴보면 오전4시부터 오후6시까지 장장 14시간 동안 뉴스만 방영하고 있다. 보도 채널이던 6개월 전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MBN를 비롯한 4개 종편들이 사실상 방송시간 대부분을 재방송과 다큐멘터리 등 땜질용으로 메우고 있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권을 보장한다던 애초의 종편 출범 취지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종편이 최근 선보이는 콘텐츠는 돈 안 들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뉴스나 다큐메터리 등인데다 오락 프로그램 또한 지상파 따라하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6개월 동안 종편이 보여준 성과를 보면 이대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0%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종편들의 강압적 광고영업은 더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기투자 실패로 대부분 종편들이 경영 악화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월 한국신용평가는 종편들이 각각 매년 1,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김경환 교수는 이와 관련해 "종편이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퇴출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종편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종편 출범을 강행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종편 관계자는 "자본잠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지만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특히 올해 말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지금보다는 경영이 더 악화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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