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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여론공장’ 부상(PC통신 가입자 500만시대)

◎표절가요·영화 등 네티즌 발견 즉시 날카로운 메스/‘잘보인’ 작품은 하루아침에 히트/인신공격 행위 등 일부 자성도 필요「△△노래, 일본의 ○○그룹의 노래 표절」 PC통신의 게시판에 들어가면 자주 보는 제목이다. PC통신에서는 1주일이 멀다하고 표절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온다. 최근에는 영화 「접속」과 「편지」가 일본 영화를 표절했다는 글이 PC통신을 달구기도 했다. PC통신이 「표절의 감시자」로 등장한 것은 오래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초 일어난 「룰라」 사건이다. 룰라의 신곡 「천상유애」가 일본 가요의 표절이라는 주장이 하이텔에 실리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룰라의 은퇴로 매듭지어졌다. 이후 가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대중문화에 대해 PC통신은 날카로운 메스를 휘두르고 있다. PC통신을 통해 나타난 젊은이들의 문화는 예전에는 소수 젊은이들만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였다. 그러나 PC통신 인구가 5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중문화였지만 점점 정치·경제·사회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대선 정국도 좋은 보기다. 이회창·김대중·이인제 세 후보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설전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찬반도 뚜렷하다. PC통신 대선토론회가 열려 접속이 10만건을 넘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PC통신이 대통령을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전자민주주의의 싹이 보인다고 진단한다. IMF 구제금융 결정, 기업들의 대량 감원 사태 등 각종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PC통신은 「사이버 감시자」들로 북적된다. 한 탤런트가 공식석상에서 『외제옷을 선호한다』고 말하자 바로 비난을 쏟아내 그 탤런트가 망신살을 당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성세대에 대해 생각은 많았지만 말할 「입」이 없었던 젊은 세대들은 PC통신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젊은이들이 PC통신을 중심으로 뭉친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전에 그들은 「무비판적 수용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비판적 수용자」며 「또다른 생산자」다. 무협지, 공포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변두리문학」이었다. 그러나 PC통신에서는 다르다. PC통신으로 연재된 괴기소설 「퇴마록」은 1백만권 넘게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PC통신 속의 사랑을 다룬 영화 「접속」은 올해 최고의 히트작에 올랐다. 「신세대=PC통신」이라는 공식은 앞으로 대중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새로 얻은 힘을 주체못하는 네티즌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인신공격적인 비판, 감정적인 비난은 통신인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높다. 음란물의 불법판매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PC통신을 통한 매춘이 성행한다는 기사도 나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사이버사회의 가짜 자아에 파묻혀 자신을 잃어버리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사이버 사회에서도 「최소한의 질서」가 있어야 하며 사이버사회를 현실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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