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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과세 상품에 '뭉칫돈'
입력2000-04-04 00:00:00
수정
2000.04.04 00:00:00
김영기 기자
세원노출 피할 수 있어 재테크 '0순위' 부상「이자는 관심밖, 우선 종합과세부터 피하고 보자.」
뭉칫돈이 이동하고 있다. 저금리로 금리 차별화가 약해지면서 세원(稅源) 노출을 피할 수 있는 이른바 「분리과세형 상품」이 거액 예금자들의 재테크 0순위로 굳어지는 조짐이다. 분리과세 상품이 「가진자」를 위한 「조세 피난처(TAX HAVEN)」로 인식되는 셈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됨에 따라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은행신탁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어 투신권도 다음주부터 절세가 가능한 장기분리과세형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금융권간 자금유치를 둘러싼 또 한번의 각축장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종합과세 시행에 따른 수혜를 가장 먼저 본 것은 후순위채. 자산건전성을 높히기 위해 판매된 후순위채는 부유층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판매 수시간 만에 팔리는 신기록을 양산해냈다. 현재까지 은행권 전체로 1조원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후순위채 판매열풍은 「구닥다리 상품」으로 인식됐던 여타 분리과세 상품으로까지 이어져 분리과세가 되는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한미은행의 「신다이아몬드신탁」이 판매 한달 만에 1,000억원을 넘긴 것을 비롯, 하나은행의 「솔로몬신탁」, 신한은행의 「마이펀드」, 외환은행의 「예스 맞춤신탁」 등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분리과세형 특정금전신탁은 고객 예치금을 5년 만기 국민주택1종 채권·예보채·지방채 등에 투자해 33%의 이자소득세만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리과세 신탁상품의 판매호조가 세금차이라기보다는 「세원추적 회피」에서 원인분석을 하고 있다. 세금차이는 불과 10%도 되지 않지만 국세청 관리에서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은행권의 이같은 판매호조 속에서 다음주부터는 투신권의 장기분리과세형 투신상품이 선 보인다. 금감원이 최근 투신권의 상품개발 및 인가요청에 대해 허용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투신에 허용되는 분리과세 상품은 만기 5년 이상의 공사채형 및 주식형 신탁상품으로 가입자격이나 금액제한이 없다. 그러나 가입 후 1년까지는 해지 때 환매수수료가 부과된다.
은행·투신과 함께 종금사도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중앙종금은 분리과세가 가능한 외환은행 후순위전환사채 500억원어치를 이달부터 판매한다.
시중은행 신탁담당자는 『연말까지는 분리과세형 상품이 거액 예금자들의 1순위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나친 수요우위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낮은 수익률을 내세워도 「입도선매」 열풍이 일어나는 등 왜곡된 시장원리가 나타나는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 은행의 경우 후순위채를 판매하면서 국채금리와 비슷한 수준의 발행금리를 내세웠음에도 판매예정량이 동이 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4/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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