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휴가를 위해 강원도 정선에 들른 김모씨는 지역농협 할인점에서 파는 쇠고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우 등심 1등급가격이 거주지인 서울지역 대형마트들과 비교해 30%가까이 쌌기 때문. 한우특판점이 아닌 일반 할인점에서의 쇠고기 가격차는 김씨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한우 고기의 지역간ㆍ판매업체간 가격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할인점들이 높은 마진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서울 및 대도시지역 소비자들이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한우고기를 더 비싸게 사먹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13일 지역별로 일부 할인점의 한우고기값을 조사한 결과, 정선지역의 경우 지역농협소속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 등심 1등급(100g)이 5,500원(10일기준)으로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하나로클럽 서울용산점의 같은 등급제품 가격(7,900원)에 비해 30.4%나 쌌다. 이는 또 인근지역에 위치한 이마트 태백점의 동일등급 한우(6,950원)와 비교해도 20.8% 낮았다. 같은 대형할인점이라도 지역별 한우가격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서울용산점에서 판매하는 한우 1등급 등심과 채끝(100g)은 7,150원과 7080원으로 이마트 태백점 제품과 비교해 각각 2.8%, 4.8% 정도 비쌌다.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마트들의 한우 등심(1등급 500g)가격은 3만8,000원선으로 전국평균가(3만6,000원선)에 비해 5%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지역들을 제외하면 지방으로 갈수록 가격차는 벌어져 청주나 전주지역 유통업체들의 같은 등급제품가격(3만2,000~3만4,000원)에 비해 20%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차는 강원도등 지방 판매점들이 한우 중간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고 있는 반면 대형할인점등 기존 유통업체들은 유통단계 개선없이 고마진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정선 농협소속 할인점의 경우 축산농가가 정육코너 매장을 임대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농가로부터 한우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축산농가→중도매인(수집반출상)→일반도매인→소매점까지의 기존 4~5단계에 이르는 유통과정에서 중간도매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형할인점등은 지역 물류센터를 통한 대량구매로 구매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잇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통단계를 그대로 거치는데다 소매마진도 낮추지 않고 있는 점이 한우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농산물유통공사가 최근 한우 고기 유통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횡성 한우의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시장부터 도매마진까지의 중간단계는 6%대에 불과한 반면 마지막 단계인 소매점에서의 유통비용과 마진 비중은 무려 3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유통단계와 함께 일반 정육점의 한우고기값이 높은 점을 이용해 대형할인점들이 가격을 낮추는데 소극적인 것도 문제점"이라며 "유통구조 개선과 유통비용 절감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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