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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람」이라는 절규

옛 문장가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비파행」이라는 노래에는 「동시천애윤락인」(同是天涯淪落人)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이는 어려운 처지에 임해 서로가 「똑같은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하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돌연 한남투신이 영업정지되고 투신상품에 대해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많은 지역구 주민들은 한밤중에 소스라치게 놀랐고 곧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중 한 지역구 여성주민의 한맺힌 절규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녀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머리가 좋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고교입시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그러나 생활형편상 진학할 수가 없었다. 호소할 길 없는 억울함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아 독학으로 대학입시에 또다시 합격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고집을 결코 굽히지 않았건만 그 의지는 현실의 벽 앞에 번번이 좌절되어 한없이 눈물을 흘렸야만 했다. 그러다가 생활을 해야겠기에 별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다. 이제는 자신의 자식들만큼은 남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받게 만들기 위해 참으로 피나게 절약하여 한푼 두푼 저축했다. 그녀가 저축기관으로 잡은 한남투신은 다름 아닌 그녀 인생의 가치 자체였던 것이다. 맛있는 음식 못 먹고, 사고 싶은 물건 못 사고 오로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살았다. 그랬기에 한남투신은 종교였고 나라였고 또 하늘이었다. 그래서 그 하늘이 무너졌을 때 그녀는 서울의 국회 앞 길거리 한복판에서 내뒹굴며 울부짖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역사적인 고통을 겪으며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의 토대 위에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어느새 대접받는 사람과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 간의 차별이 큰 사회가 되어버렸다. 실업대란을 동시에 맞았으면서도 어느 산업부문에서는 노동자가 없어 야단들인 까닭은 그만큼 차별이 많다는 뜻이다. 일요일에 버스를 동원하여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맹신도들(?)의 표정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얼굴표정이 어두운 부인들이다. 거기에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는 절규가 배어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인간의 동질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장영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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