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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구조조정의 실적과 과제

금융감독위원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 동안 보람과 자부심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어렵고도 힘든 한해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취임 당시 우리 경제는 1단계 구조조정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으로 개혁의 모멘텀이 다소 약화되는 시기였다. 대외경제여건은 점차 나빠지고 국내경제의 성장세도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하는 등 어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대우자동차에 대한 포드의 인수포기와 부도발생, 현대 계열사의 유동성위기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의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기업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시중에서는 금융위기가 다시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있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취임 직후 그동안 금융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살려 2단계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우선 금융회사의 잠재적 부실을 정리하는 한편 부실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노력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금융인의 의식과 금융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을 추진했다. 또한 정부 주도에 의한 구조조정을 시장 중심의 상시구조조정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그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미달 은행에 대해서는 새로 경영개선조치를 부과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여신심사제도 개선 등 각종 소프트웨어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또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52개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한편 회생가능성이 있거나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프라이머리 CBO 발행제도를 활성화시키고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접금융시장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경기둔화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건설투자 확대와 소비심리 개선 등 일부 긍정적인 모습의 경제지표들이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ㆍ일본ㆍEU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동시 침체에 빠짐에 따라 IT산업 의존도가 큰 국내경제는 설비투자와 수출부진이 계속되는 등 침체국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속성상 장기적이며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개혁 및 구조조정의 효과가 보다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계경제의 침체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급변하는 세계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더이상 개혁을 지체하거나 현실에 안주해서는 중남미국가들과 같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하루 바삐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경제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남은 올해 몇개월은 우리 경제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우자동차ㆍ현대투신ㆍ서울은행 등의 부실기업 매각과 경영정상화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적극 여건을 조성해나갈 것이다. 또한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연말 자금경색에 대해서도 시장의 자금수급 사정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기업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대처해나갈 생각이다. 아울러 워크아웃 기업의 조기정리와 함께 신용위험 평가결과에 따라 부실기업의 처리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지을 것이다. 이들 기업은 채권단의 실사결과와 시장기능에 의해 엄격히 처리될 것이며 앞으로는 상시구조조정체제를 통해 보다 원활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회사, 신한금융지주회사, 주택ㆍ국민 통합은행의 등장으로 조성된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의 분위기를 확산시킴으로써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해나갈 것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대형화와 겸업화의 움직임은 앞으로 여타 비은행 금융권으로 점차 확산돼갈 것이며 금융회사 구성원의 의식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현재 경제가 다소 불안하다고 해 불필요한 불안심리가 확산된다면 예상치 않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뜻하지 않게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경제의 불안심리에 휩쓸리기보다도 외환위기 직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국민적 단결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하나씩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경제가 기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 중에 충실한 구조조정정책과 함께 보완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이 적절히 추진된다면 우리 경제는 머지 않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우리 경제에 대해 확신을 갖고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근영(금융감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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