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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17일] 파생상품 과세는 시기상조

이준행(서울여대 교수·경제학)

최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제는 글로벌 경기부양책과 금융대책 시행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바닥을 벗어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이다. 정부 감세성장 정책과 어긋나
그런데 최근 경기부양 및 금융대책 시행으로 인한 재정부족을 해소하고 새로운 세수확보 차원에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선물은 약정금액의 0.03%, 옵션은 0.1%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세를 옹호하는 측은 ‘자본시장에서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과세 시스템 등 우리의 여건이 미성숙돼 차선책으로 거래세를 과세한다’는 것이고 최근 파생상품시장의 거래규모가 경(京)단위로 매우 커서 거래세를 부과하더라도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시장은 지난 1996년 최초로 도입된 이후 투자자 등 모든 시장참여자가 함께 노력한 결과 KOSPI200 옵션ㆍ선물 등 주요상품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파생상품 시장은 해외인지도가 가장 높은 대표적인 성장동력이다. 세계적인 명품시장에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성장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달리 통상 거래금액의 10% 이내의 적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어 거래비용에 매우 민감하다. 현재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KOSPI200 선물 거래시 계약당 평균 약 8천원의 거래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나 과세시 약 25,000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거래비용 증가가 헤지ㆍ차익 거래 및 투기 거래를 위축시켜 파생상품시장 전체의 거래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바로 거래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해외투자자들은 시장 선택시 거래편의성과 거래비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국내외 투자자들은 거래비용이 낮은 해외거래소로 거래를 손쉽게 이전할 수 있다. 투자자 이탈은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동력을 위축시킬 것이며 이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을 육성하고자 의욕적으로 통과시킨 자본시장법의 정신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동안 파생상품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택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신상품을 낮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이 단기간에 상품개발에서 선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고 향후에도 국내 금융산업 성장의 핵심 경쟁우위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런 파생상품 시장을 위축시킨다면 자칫 대형 투자은행을 키워보지도 못하고 꿈을 접어야만 하는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세수가 부족하다 하여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도입하는 것은 당장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에는 기여하겠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성장 정책과는 어긋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단기적으로는 세수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자칫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많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한다면 금융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도 현물 및 파생상품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파생상품에만 도입한 경우는 없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가 논의되었으나 도입되지 않았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0.5%의 세율 부과시 거래비용이 2,200%증가해 거래량에 치명적인 악영향은 물론 세수도 미미하다는 결과였다. 한편 현재 유일하게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만의 경우도 지속적인 거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나 우리나라 등에 비해 거래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外資 이탈 땐 금융업 성장에 발목
거래세 부과로 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을 겪고 있는 대만이나 과세로 인한 국부 유출로 과세를 철회한 스웨덴 등의 사례는 잘못된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시장은 쉽게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더 많이 만들도록 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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