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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하나’

복수라는 이름으로 전쟁 일삼는 세상<br>코미디 통해 꼬집어


집단의 영광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하나’는 이렇게 인간과 집단과의 관계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탐구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주제를 복잡하고 어렵지 않게 가볍고 친근한 코미디로 접근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름이 자못 의외다.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전작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해 ‘디스턴스’, ‘원더풀 라이프’ 등 일본 사회 병폐를 꿰?遮?작품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어둡고 우울한 시대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던 작품 만을 만들어온 그가 한편의 밝고 유쾌한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만 코미디로 바뀌었을 뿐 국가주의가 최고로 창궐하고 있는 이 시기에 집단에 대한 희생이 정당한지 묻는 감독의 사회성은 여전하다.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에도(江戶ㆍ도쿄의 옛 이름). 사무라이 소자(오카다 주니치)는 아버지를 죽인 가문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거대한 의무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착하고 심약한 그는 복수에는 관심이 없다. 정작 그가 사랑하는 일은 그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다. 하지만 하루빨리 원수를 죽여 복수를 완수해야 한다는 가문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때문에 그는 매일매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결국 어렵게 원수 가나자와(아사노 타다노부)를 찾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성실하게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를 보며 복수를 하려던 마음은 더욱 흔들린다. 차마 복수를 할 수 없었던 마음 착한 사무라이 소자. 동네사람들과 함께 복수를 종용하는 가문에 한판의 멋진 가짜 복수극을 펼치기에 이른다. 언뜻보기에 친근한 이웃들이 엮어내는 한편의 소동극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볼수록 감독이 전하는 진지한 메시지가 다가온다. 9ㆍ11테러를 계기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삼는 세태와 점점 국가주의화 되가는 세계와 일본의 모습을 코미디를 통해 예리하게 꼬집는다. 그리고 그런 풍자 위에 진정한 행복은 복수가 아니라 서로 어울리고 아껴주는 ‘평화’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얹어 놓는다. 일본 영화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다. 지난해 ‘보이지 않는 물결’에서 강혜정과 함께 연기했던 아사노 타다노부, ‘유레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카가와 테루유키를 비롯해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주인공 오카다 주니치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한때 9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졌던 미야자와 리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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